이상훈 대법관 ‘개념판사’라더니 … SNS, 이번엔 신상털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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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훈(55·사법연수원 10기·사진) 대법관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상에서 ‘신상털기’ 등 인신 공격의 표적이 되고 있다. 이 대법관이 22일 인터넷방송 ‘나는 꼼수다(나꼼수)’ 출연자인 정봉주(50) 전 민주당 의원에 대해 징역 1년의 원심 확정 판결을 내린 재판부의 주심이란 사실이 알려지면서다. 이는 판결 선고 전만 해도 이 대법관을 “사법개혁을 주도한 진보 대법관” “당신을 믿는다”고 했던 데서 180도 입장이 바뀐 것이다.

  일부 네티즌은 올해 초 대법관 인사청문회에서 제기됐던 각종 의혹까지 들춰내며 그를 ‘대법관 자격이 없는 사람’으로 몰아붙이고 있다. 이에 따라 대법원 판결조차 승복하지 못하는 행태에 대한 비판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 대법관은 판결 선고를 전후한 며칠 사이에 천국과 지옥을 오갔다. 지난 19일 인터넷방송 ‘나꼼수’에서 이 대법관의 실명을 거론한 직후 그의 이름은 포털사이트 검색순위 1위에 올랐다. 딴지일보 총수 김어준(43)씨는 방송에서 “이상훈 대법관은 훌륭한 분이라 (외압에) 흔들리지 않을 거라고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그러자 SNS에서는 이 대법관에 대해 “PD수첩 광우병 보도 무죄 확정을 이끌어 낸 ‘개념 판사’” 등의 칭송이 쏟아졌다.

 그러나 22일 상고 기각 판결이 내려지자 분위기가 급변했다. 트위터에서는 그의 사진과 함께 ▶2006년 론스타 경영진 수사 당시 검찰 간부와의 회동 ▶부동산 투기 의혹 ▶다운계약서 작성 의혹 등이 다시 거론됐다. “이상훈 대법관은 조폭 깡패와 동일! 니 더러운 얼굴에 침을 뱉어주마” “정봉주에게 유죄를 선고한 판사들의 이름을 기억해야 한다. 배석판사나 관여하지 않은 대법관도 거부권은 있었으니 역사책에 등재돼도 원망은 마시길.” 등의 글이 수없이 리트윗(재전송)됐다. 비난 트윗이 23일에도 계속되자 이 같은 행태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이상훈은 개념법관이라고 칭송하던 트위터, 정봉주 판결 후 ‘이상훈은 조폭 깡패와 동일…’식으로 180도 바뀌다”는 글이 대표적이다.

 전문가들은 사법부 판단마저 입맛에 따라 재단하는 데 대해 우려를 표했다.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승재현 교수는 “대중들은 법리가 아니라 ‘대상의 선호도’에 따라 판결을 평가하는 경향이 있다. 좋아하는 사람에 대해 반대 평결을 하면 그 판사를 ‘나쁜 사람’으로 생각하고 그 분노가 ‘신상털기’로 이어지는 작금의 상황은 매우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정봉주, 출두 거부 … 검찰, 26일 출석 재통보=서울중앙지검 공판2부는 23일 오전 10시까지 나오라는 검찰 통보를 거부한 정 전 의원에 대해 “26일 오후 1시까지 출석하라”고 재통보했다. 검찰 관계자는 “모친 병문안 등 가족 관련 신변정리와 소재 확인이 가능할 것을 전제로 일정을 다시 잡았다”고 밝혔다. 검찰에 출석하면 정 전 의원은 교도소에 수감된다.

이동현 기자

◆신상털기=특정인의 신상 관련 정보를 인터넷 검색 등을 통해 찾아낸 뒤 이를 다시 인터넷에 공개하는 것을 말한다. 공개를 원치 않는 정보나 잘못된 정보가 무차별 유포되기 때문에 개인의 명예를 심각하게 훼손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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