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천당'과 `지옥' 오간 박종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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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최고의 해를 맞고 있는 박종호(현대.27)가 한 경기에서 지옥과 천당을 오갔다

박종호는 11일 수원구장에서 열린 한화와의 홈경기에서 초반 실책 2개로 하마터면 팀 패배의 빌미를 제공할뻔 했지만 7회 안타를 치고 홈을 밟아 동점을 만든 뒤 8회 2타점 역전타로 실수를 깨끗이 만회하며 팀의 5-3 역전승을 이끌었다.

이날따라 몸이 무거웠던 박종호는 3회 강석천의 평범한 타구를 더듬거리더니 5회에는 허준의 타구를 잘 잡아 1루수 머리 위로 던지는 어이없는 실수까지 저질렀다.

다행히 모두 점수로 연결되지는 않았지만 박종호는 투수 정민태의 얼굴을 제대로 보지 못했다.

경기 전 정민태로부터 공격은 못해도 되지만 수비에서 많이 도와주면 좋겠다는 말까지 들어 박종호는 미안한 마음에 만회를 다짐했다.

팀이 2-3으로 뒤진 7회말 공격에서 우전 안타를 치고 나가 홈까지 들어왔지만 승부근성이 강한 박종호는 그래도 미흡하다는 생각에 이를 악물었다.

마침내 3-3으로 동점을 이룬 8회말 2사 2, 3루의 역전 기회에서 우측 타석에 등장한 박종호는 2-3 풀카운트에서 구대성으로부터 좌중간 깊숙한 2루타를 뽑아내 주자를 모두 불러 들였다.

일그러진 표정이었던 박종호의 얼굴에 환한 미소가 떠오르는 순간이었다. 몸상태가 안 좋아 초반 경기에 집중할 수 없었다는 박종호는 "두번째 실책을 저지른 뒤에는 만회해야겠다는 생각밖에 없었다"면서 "다행히 팀승리에 보탬이 돼 기쁠 뿐"이라고 말했다. (수원=연합뉴스) 이승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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