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경제가 '고성장과 저물가' 라는 신경제의 두 고삐를 단단히 쥐고 고공비행을 계속하고 있다.
미 경제는 2분기 노동생산성이 17년 만에 최대로(전년 동기 대비)증가한데다 노동비용도 16년 만에 처음으로 감소세로 돌아섬으로써 인플레 우려 없이 안정적인 성장기조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따라 추가 금리인상 움직임에도 쐐기가 박혔다.
◇ 높은 노동생산성〓미 노동부는 2분기 노동생산성(농업부문 제외)이 전분기보다 5.3% 상승했다고 8일 발표했다.
전년 동기와 비교하면 5.1% 증가해 1983년 3분기 이후 최대 증가율을 기록했다. 특히 내구재 제조업 생산성이 9.6%의 증가율을 보이는 등 제조업 부문의 상승세가 두드러졌다.
노동생산성은 노동자들의 시간당 산출량을 나타내는 것으로 민간부문의 국내총생산(GDP)을 총 노동시간으로 나눠 구한다.
미 경제는 2분기 중 산출량이 5.9% 증가했고 노동시간은 0.5% 늘어났다. 노동시간은 조금 늘었는데 생산량은 아주 많이 증가했다는 얘기다.
생산성이 크게 증가하면서 산출물 한 단위를 생산하는 데 드는 단위노동비용(시간당 명목임금÷노동생산성)도 전년 동기 대비 0.4%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84년 이후 첫 감소세다.
단위노동비용은 생산비용 가운데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따라서 단위 노동비용이 감소세라는 것은 물가압박 요인이 줄어 인플레 없는 안정 성장이 가능하다는 신호로 풀이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정보기술(IT)분야를 중심으로 한 활발한 투자와 뛰어난 설비 인프라, 그리고 숙련된 인력들이 맞물려 이처럼 높은 생산성을 가능케 하는 것으로 분석했다.
◇ 시장의 반응〓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22일의 공개시장위원회(FOMC)회의에서 추가 금리인상 조치를 취하지 않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7월 실업률이 전달과 같은 수준(4%)을 유지했고, 생산성까지 급증한 이상 인플레에 대한 우려가 불식됐다는 것이다.
골드먼 삭스는 연말까지 추가 인상이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도이체방크도 연말까지의 금리인상 전망을 7.25%에서 6.75%로 하향조정했다.
신경제가 지속될 것이라는 확신감은 금융시장에 바로 영향을 미쳤다.
뉴욕 증시의 다우존스 지수는 전날보다 1.01% 상승한 10, 976.89를 기록해 3개월만에 최고치를 경신했다. 미 재무부 채권도 5년물이 0.18포인트, 10년물이 0.25포인트 올랐다.
그러나 생산성 증가가 얼마나 지속될 지에 대해서는 견해가 엇갈리고 있다.
메릴린치의 경제분석가 스탄 시플리는 "노동시장의 경직성에 따른 임금인상 압력이 생산성 향상에 의해 잘 억제되고 있다" 며 "이같은 추세는 당분간 지속될 것" 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퍼스트 유니언 은행의 마크 비트너는 "생산성 증가는 IT 투자에 따른 구조적인 변화가 아니라 비용절감을 위한 기업들의 신규고용 감소에 따른 단기효과" 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