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폴트된 북한 국채값이 올랐다, 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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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북한 국채 가격(호가 기준)이 들썩였다. 김정일 국방위원장 사망 소식이 전해진 직후 영국 런던 금융시장에서 일어난 일이다.

 로이터 통신은 변경지역 채권이나 주식을 중개하는 증권사인 이그조틱스(Exotix)의 자료를 인용해 “19일(현지시간) 북한 국채의 액면 금액 1달러당 사자는 가격은 14센트, 팔자는 가격은 18센트 선이었다”고 보도했다. 하루 전까지 사자는 가격은 13센트였고 팔자는 가격은 15센트 수준이었다.

 액면금액 1달러당 13센트는 받을 돈의 13% 정도라는 얘기다. 사자와 팔자의 가격이 오른 것은 시장 가격이 올랐음을 보여주는 방증일 수 있다. 로이터 통신은 “김정일 사망을 계기로 북한 국채에 대한 관심이 일부 기관투자가들에서 일반 투자자들까지 확산됐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실제 이그조틱스의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스튜어트 컬버하우스는 로이터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19일 하루 동안 북한 국채가 적잖이 매매됐다”고 말했다. 이어 “세상의 관심이 지금은 김정일 장례 등에 관심이 집중돼 있지만 투자자들은 그 이후를 보고 있는 듯하다”고 그는 말했다.

 컬버하우스는 북한의 권력 승계, 6자회담 재개 등이 순조롭게 이뤄지면 “북한 국채는 4~5배의 수익을 낳을 수 있다”고 말했다. 가능성은 낮지만 북한이 러시아처럼 어느 날 빚을 갚겠다고 나서면 채권 보유자는 액면 금액에다 디폴트 이후 연체된 이자까지 받을 수도 있다.

 북한이 채무를 이행하지 않은 때는 1980년대다. 빚 규모(액면 금액)는 10억 달러(약 1조1500억원) 정도다. 당시 채권 금융회사들은 북한이 채무를 이행하지 않자 헐값에 받을 권리를 증서(채권)로 만들어 팔아넘겼다. 이후 정치적 긴장 정도에 따라 북한 국채값은 올랐다 내렸다 한다. 2009년 북한 국채값은 1달러당 10센트 정도였다.

강남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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