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역 정치부 기자의 당돌한 개헌 주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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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직 정치부 기자가 '개헌'을 주장했다. 대통령의 임기를 4년으로 하되 재선을 허용하고, 정부통령제를 신설하는 쪽으로 '제10차 개헌'을 해야한다는 주장이다. '독재 정치'의 빌미가 될 수 있었던 '중임 허용'에 대한 우려는 여전하다. 그러나 이제 독재 대 반독재의 대립 개념을 기준으로 한국 정치를 생각할 수 없다는 것.

한국 정치의 세계화 과정을 적극적으로 수용하기 위해 우리 정치의 패러다임을 변화시켜야 한다는 도발적 주장을 중앙일보 정치부 전영기 기자가〈성공한 권력〉(사회평론 펴냄)에 담아 펴냈다.

그의 개헌론은 '리더십론'과 '권력론'에 대한 치밀한 탐구를 통해 이루어진 것. 현장에 가장 밀접하게 매달려야 하는 기자로서 문제의 핵심인 본질을 놓치기 쉬운 함정을 잘 피했다. 그가 들이대는 훌륭한 리더십의 본보기도 유난하다. 예수의 밀레니엄 리더십에서 시작해 루스벨트, 히틀러, 덩샤오핑과 스탈린, 김일성과 박정희 등의 리더십을 분석하는 등 꼼꼼한 이론적 탐구 과정을 보여준다.

새 헌법에 의해 뽑히는 "정치인은 김정일을 능히 다룰 수 있고 비교적 장기간 집권이 가능한 환경에서 일관된 한반도 정치를 펴 나갈 수 있을 것"이라며 저자는 이 책을 쓰게 된 까닭을 "새로운 리더십의 출현을 대망"(이 책 11쪽)한 것이라고 밝힌다.

그는 개헌의 이유로 우선 거의 해마다 치르는 선거에 따른 공동체 에너지의 낭비를 들고 있다. "공동체 에너지의 낭비는 물리적인 시간이나 돈의 낭비 뿐 아니라, 정신과 관심과 마음의 낭비까지 포함한다"(이 책 200쪽)는 것. 현행 헌법에 따르면 앞으로도 총선, 대선, 지방선거 등으로 1,2년에 한번씩 선거를 치러야 한다. 잦은 선거는 공동체의 전략적 목표를 세우기도 힘들 뿐 아니라 한껏 높아진 긴장 탓에 국정 혼란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는 생각이다.

대선, 총선, 지방선거를 같은 해에 한꺼번에 치러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같은 동시 선거에 대해서 집권 세력의 위헌적 위법적 독선을 걱정하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시민사회의 성장과 인터넷과 같은 정보망의 권력 감시 등은 이를 쉽게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는 게 저자의 부연 설명이다.

이어 그는 대통령에 대한 권력 집중도를 낮추기 위한 부통령제 도입을 주장한다. 대통령의 직무 대행이 '대통령이 임명한 국무총리'로는 안된다는 것. "유권자가 선출한 부통령이 있으면, 국민으로부터 권력을 직접 위탁받았다는 정통성과 심리적 자신감으로 통치권의 혼란을 수습할 가능성이 한층 높을 것"(이 책 205쪽)이라고 한다.

그러나 무엇보다 정치회오리에 휩쓸리는 공동체의 에너지를 대폭 줄이고, 평상심으로 돌아가 공동체의 문화와 경제, 교육에 더 힘을 쏟자는 게 저자의 생각이다. 아직 우리의 민주주의 성숙도가 완성되지 않았다는 주장이나 '선거는 좋지 않은 것'이라는 반민주적 선거무용론이 아님을 저자는 덧붙인다. "해야 할 선거는 다 해야 한다. 다만, 동시에 하자는 것이다"는 주장인 것이다.

그의 개헌 주장과 훌륭한 리더십의 출현에 대한 기대는 "완성된 마음 속의 천국을 세계 밖으로 전파하고 구현하려는 노력"을 33년 인생을 통해 그려간 예수를 통해 완성된다고 한다. 예수의 리더십이 완벽했던 것은 그의 마음 속에 '사랑'이라는 인류 보편적인 이상이 담겨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마음 속에 깊이 심어진 선명한 비전이야 말로 위대한 리더십의 본질이자 원천이라고 저자는 강조한다.

고규홍 Books 편집장 (gohkh@join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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