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대위원장 박근혜 첫마디 “북 관련 0.1% 가능성도 대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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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사망소식이 전해진 19일 한나라당은 전국위원회를 열어 박근혜 전 대표를 비상대책위원장으로 선출했다.

 박 전 대표는 2006년 6월 16일 당 대표에서 물러난 뒤 5년6개월 만에 당권을 다시 쥐게 됐다. 박 위원장은 비대위원장 수락 연설에서 “정부에서 많은 대비를 해왔기 때문에 큰 변화는 없을 것”이라면서도 “이럴 때일수록 모든 시나리오를 염두에 두고 0.1%의 가능성에 대비할 수 있는 물 샐 틈 없는 대책을 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국가안보 차원에서 정파를 초월한 초당적 협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 위원장은 행사가 끝나자 곧바로 김 위원장 사망에 대한 대책회의를 주재했다. 회의 후 한나라당은 정부에 ▶국민이 안심할 수 있도록 당정 간 긴밀한 협의체제 구축 ▶주변국과 공조체제 유지 ▶투명한 정보공개 등을 요청했다. 앞서 박 위원장은 전국위에서 “한나라당이 어쩌다 이렇게까지 국민으로부터 외면을 받게 되었는지 정말 참담한 심정이다. 국민의 아픈 곳을 보지 못하고 삶을 제대로 챙겨드리지 못한 데 대해 진심으로 사죄한다”며 단상에서 허리를 깊이 숙였다. 그러면서 “저는 이제 더 이상 잃을 것도 얻을 것도 없는 사람이다. 제가 가진 모든 것을 내려놓고, 국민만 보고 가겠다”고 다짐했다.

 박 위원장은 “비대위 구성과 운영은 저를 비롯해 일체의 기득권을 배제하고 결정하겠다. 우리 사회의 상식을 대변하는 분들, 진정성을 가지고 국민을 위해서 일하시는 분들이라면 삼고초려를 해서라도 모셔오겠다”고 말했다.

 특히 “쇄신을 위해 대한민국 발전과 국민 행복이란 대의에 동참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함께 하려 한다”며 외연 확대의 의지를 부각했다. 다음은 연설 후 기자들과의 문답.

 - 김 위원장 조문에 대한 입장은.

 “그런 문제는 정부 차원에서 논의를 하지 않을까 싶다.”

 -비대위 구성 방안과 출범 시기는.

 “사회에서 신망을 가지신 분들, 다양한 분야에서 능력과 소신이 뚜렷한 분들께 연락도 드리고 모시려고 노력하고 있다. 당 안과 바깥의 비율이 균형을 잡을 수 있도록 생각 중이다. (숫자는) 10명 내외가 될 것 같다. 다음 주 초 이전에 구성이 될 것 같다.”

 ◆청와대 혼선=청와대가 김 위원장 사망에 따른 ‘초당적 협력’을 논의하기 위해 여야 대표들을 초청했다가 취소해 혼선을 자초했다. 민주통합당 원혜영 대표는 “19일 오후 5시30분쯤 청와대 관계자가 전화로 ‘20일 오전 10시에 초청하겠다’고 해 응하겠다고 했는데, 30~40분쯤 뒤 다시 전화가 와선 ‘대통령께 (여야 대표 회동에 대해) 보고를 해서 결정된 줄 알았는데, 결정이 안 됐다’고 하더라”고 전했다. 원 대표는 “기껏 당 최고위원들에게 전화해서 청와대에 ‘가는 게 낫겠다’고 했는데 일방적으로 취소해 버렸다”며 어이없어 했다.

한나라당 황우여 원내대표는 “청와대 회동 대신 김효재 정무수석이 여야 대표를 방문해 초당적 협조를 부탁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정하·허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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