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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도 아껴라”구두쇠 작전 돌입!

중앙일보

입력

미국 닷컴들의 올여름 화두는 생존이다. 화수분처럼 메마를 줄 몰랐던 돈줄이 지난 3월말 주가급락과 함께 끊기고, 확실한 수익모델을 갖췄다는 아마존마저 현금고갈 우려에 시달리자 감원을 시작으로 사활을 건 전략수정에 나서고 있다.

미국 닷컴들이 모색하고 있는 활로는 남과 차별화되는 ‘집중’이다. 이를 위해 돈을 퍼붓기만 했던 종전 패턴에서 벗어나 돈이 되는 고객을, 그것도 가장 적은 비용으로 유인하는 쪽으로 선회했다.

‘연중무휴, 1시간내 무료배달’을 기치로 온라인 상점을 운영하는 어번페치(Urbanfetch)가 가장 먼저 손을 댄 곳은 운송료 부분. 그간 인지도를 높이기 위해 단 몇 달러짜리 주문도 마다하지 않았으나 막대한 배달비용을 감안, 10달러 미만의 주문은 사양하기로 했다. 온라인 가구점 퍼니처닷컴(furniture.com)이 무료 배달을 중단하고 건당 95달러를 받기로 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퍼니처닷컴의 경우 반송률이 한때 40%까지 올라가 평균 4백 달러에 이르는 왕복 배달요금을 감당할 재간이 없었다.

매출감소를 감수하더라도 반송률을 낮춰보자는 취지의 이런 결정은 닷컴의 이전 관행과는 대조를 이루는 것이다. 허리띠 졸라매기 노력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어번페치의 경우 TV나 인쇄매체를 통한 광고비를 70% 가량 줄이는 한편 남아 도는 창고와 배달망에 주목, 여성용 상품을 취급하는 프랑스의 세포라닷컴의 배달을 맡았다. 또 꽃이나 가정용품도 다루기로 하고 업체를 물색중이다. 일종의 택배업을 시작한 셈이다.

어번페치는 추가 비용없이 시간당 배달물량을 종전보다 50% 가량 늘릴 수 있어 손익분기점을 내년으로 1년 앞당길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매출은 아직 줄지 않고 있다. 어번페치의 전략은 직원들의 사기를 꺾는 감원보다는 몇 배 이상의 효과를 거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최근 정보기술(IT)전문 웹사이트인 CNET의 ZDNet 인수, 온라인 식료품점인 웹밴(Webvan)의 홈그로서(HomeGrocer. com) 인수 등 급물살을 타고 있는 ‘통합’ 움직임 역시 핵심사업을 강화하면서 비용도 줄이려는 닷컴의 신전략이다. “경쟁업체와 싸울 필요가 없게 됐다”는 웹밴 최고 경영자의 설명이 이를 단적으로 설명한다. 웹밴은 홈그로서의 영업기반을 고스란히 넘겨받아 당초 계획보다 반년 앞서 내년 중반까지 미국 15개 도시에 진출한다는 계획이다.

여기서 발생하는 비용절감 효과는 어림잡아 2억3천만 달러. 결과를 예측할 수 없는 상태에서 마케팅 비용을 아끼지 않았던 때와 비교하면 분명 달라진 모습이다.

CNET 역시 합병으로 ZDnet의 폭넓은 콘텐츠와 유럽 및 아시아 지역의 시장기반을 확보한 것은 물론 월 사용자가 1천6백60만명으로 늘어 세계 8대 웹사이트로 부상하게 된다.

애완동물 관련 용품을 판매하는 펫츠닷컴(Pets.com)은 7월 13일 경쟁업체인 펫스토어닷컴(Petstore.com)을 인수, 이 회사의 브랜드는 물론 디스커버리닷컴과의 지분교류까지 넘겨 받았다.

모회사가 1백49개국 14개 매체를 통해 1억8천만명의 가입자를 확보하고 있는 디스커버리닷컴은 펫츠닷컴을 광고해 주기로 했다. 곧 펫츠마트, 펫토피아, 펫플래닛 등 유사 업체들이 몰려 있는 시장에서 확실한 우위를 점할 발판을 마련한 셈이다. 펫츠닷컴은 또 미국 18개주에 식료 및 의약품 매장을 갖춘 세이프웨이와 전략적인 제휴를 맺고 각자의 매장에서 고객을 연결시켜 주기로 했다.

형태는 다르지만 ‘세계 최대 인터넷 서점’에서 ‘온라인 월마트’로 목표를 확대한 아마존의 전략도 ‘집중’으로 풀이될 수 있다. 아마존은 마케팅비용이 많이 들어가는 신규고객 유치를 사실상 포기했다. 대신 이제껏 쌓은 브랜드 파워를 십분 활용, 서점으로 얻은 고객들에게 음반·소프트웨어·가구 등의 상품도 판매하는 전략으로 활로를 모색하고 있다. 미국 닷컴들은 이처럼 자신들이 서 있는 구경제의 ‘규모의 경제’나 ‘비용’ 등 기존 규칙을 수용하면서 ‘웹의 지배’를 향해 진화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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