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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태준 리더십 원동력은 비전과 청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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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2면

심재우
경제부문 기자

고(故) 박태준 포스코 명예회장이 서울 동작동 국립현충원에서 영면한 17일 서울 대치동 포스코센터 앞길에선 포스코 임직원 10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노제가 열렸다. 차디찬 칼바람이 불던 날이었지만 포스코인들은 꼼짝하지 않은 채 ‘영원한 회장님’을 떠나보냈다.

 ‘철의 사나이’가 마지막 가는 모습을 보면서 우리 시대 얼마 남지 않은 또 한 명의 리더가 사라졌다는 생각에 마음이 공허해졌다. 정치적으로나 경제적으로 기대고 따를 만한 리더가 흔치 않은 이 시대에 고인은 리더십의 정의를 다시 생각하게 만들었다.

 기자는 고인이 일평생 보여 준 ‘비전의 리더십’이 수많은 포스코인은 물론 이 땅에 사는 많은 사람의 마음을 움직인 원동력이라고 생각한다. 모래바람 부는 경북 포항의 영일만에서 ‘우향우 정신’을 외치고, 대충 넘어가려는 부하 직원의 조인트를 까고, 지휘봉으로 쑤셨지만 산업 1세대들은 결국 그의 말을 따랐다. ‘산업의 쌀’인 철을 만들어 내는 제철소를 지어 놓으면 후손들이 배불리 먹고 잘살 수 있는 조국 근대화의 기반이 마련된다는 꿈을 함께 공유했기 때문이다. 이에 조직원들은 희생을 감내하며 따른 것이다. 고인은 “세계 최강의 포스코를 만들어 달라”는 유언을 남겨 그의 비전을 영원한 현재진행형으로 남겼다.

 그의 리더십의 또 다른 원동력은 ‘청렴’이다. 장례 절차가 진행되면서 그가 본인 명의의 차는 물론 집 한 칸 남기지 않았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적지 않은 이가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심지어 자신이 일군 포스코 주식조차 단 한 주도 챙기지 않았다. 박정희 전 대통령의 특별하사금을 받아 구입한 서울 아현동 자택은 2000년 총리직에서 물러나면서 당시 10억원에 팔아 사회에 환원하기도 했다.

 우리 사회는 현재 리더십의 부재에 시달리고 있다. 이념 갈등에 소통마저 단절되면서 서로가 서로에게 치유할 수 없는 상처만 남기며 점점 멀어지고 있다. 그 어느 때보다 이야기할 수 있는 창구와 경로는 많아졌다지만 오히려 리더가 설 자리는 갈수록 좁아지고 있다. 고인과 같은 탁월한 리더가 더욱 아쉬워지는 시기다. 고인이 하늘나라에서 후손들의 모습을 지켜보며 한숨짓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심재우 경제부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