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강 목포상고 수구팀, 눈물겨운 생존 투쟁

중앙일보

입력

"동문이 힘을 써 주시겠죠."

김대중 대통령의 모교인 목포상고 수구팀(감독 이현천)이 생존을 위해 몸부림치고 있다.

수영 불모지 호남을 대표하는 무적의 수구팀이지만 학교가 내년 3월 전남제일고로의 새 출발을 앞두고 해체를 확정, 물거품으로 사라질 운명을 맞았다.

수영계에서는 `수구하면 목상(木商)'라는 말이 있다.

92년 창단후 95년 전국체전 우승에 이어 지난해 체전 3연패 및 전국대회 4관왕에 올랐고 이달초 한체대총장배 등 올해 열린 3개대회를 모조리 제패했다.

팀 역사가 짧은 데도 현역 국가대표가 전체의 절반에 가까운 5명인 점에서 목포상고의 힘을 엿볼 수 있다.

그런데도 학교측은 "비인기종목이라서 홍보에 도움이 안 된다"며 지난해 신입생을 뽑지 않더니 최근 전남체육회의 읍소에도 불구하고 선수수급을 중단키로 결정했다.

현재 2학년 선수는 수구경기 최소인원에 1명 모자란 6명 밖에 되지 않아 내년 새내기가 들어오지 않으면 팀은 자동적으로 공중분해된다.

목포상고의 해체가 눈앞 현실로 닥치자 수구 관계자들은 "남자고교팀이 11개로 늘어나고 여자팀까지 생겨나는 마당에 한국수구의 간판을 내린다는 것은 납득할 수 없다"며 생존 차원의 `투쟁'을 선언했다.

이들은 이달까지 학교 설득에 실패하면 최후의 선택인 청와대 탄원을 제기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현천 감독은 "방학이면 목포에 수영장 시설이 부족, 매일 광주를 오가며 훈련하는 등 열악한 조건에도 국내최강에 올랐다"며 "수구팀이 지역사회에 기여한 공로를 감안해 학교가 합당한 조치를 취할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서울=연합뉴스) 김재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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