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차 계열분리 '현대다운 안' 낸다

중앙일보

입력

자동차 계열분리안이 공론화 단계에 접어든 2일 현대 구조조정에 정통한 한 중역은 "'과연 현대답다'는 소리를 들을 정도의 묘안이 있다"며 "지금까지 거론된 안은 아닐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현대다움'이란 "과단성 있고 심플(Simple)한 것"이라고 주석을 달았다.

여기서 `지금까지 거론된 안'이란 정주영 전명예회장 자동차 지분의 ▲채권단 위임안 ▲매각안 등 크게 두가지다. 이중 매각안이 최적안임에 틀림없지만, 정 불가능하다면 차선책으로 채권단 위임안도 가능하다는 것이 공정위의 입장이다. 다만 의결권을 포기한다는 `각서'가 필요하다는 단서가 붙어있다.

따라서 현대와 공정위가 모처럼 의견접근을 본 방안이지만 막상 현대가 뒤로 한발 물러서는 듯한 태도다. "동일인 지분을 3% 미만으로 낮추라는 공정거래법에 맞지 않는다"는 설명이지만 공정위가 수용가능성을 보인 안을 거부하는 것이 어쩐지 석연치 않다. 뭔가 다른 카드를 준비하고 있다는 관측이 가능한 것도 이 때문이다.

그렇다면 현대가 구상중인 `현대다운 안'이란 과연 뭘까. 이를 파악하기 위해서는 계열분리안을 마련중인 MH(정몽헌 현대아산 이사회 의장) 진영의 기류를 살펴 볼필요가 있다. MH 진영은 최근들어 정부에 완전히 `저자세'로 태도를 바꿨다. 정부와 시장의 요구를 겸허히 받아들이겠다는 자세다.

한편으로 주채권은행인 외환은행이 기존 자구계획 외에 정주영 전명예회장 3부자 퇴진을 요구하고 나서자 이를 '전파'하는데 몹시 애를 쓰는 눈치다. 3부자 퇴진론의 핵심인 MK(정몽구 현대자동차 회장)퇴진을 공공연히 요구하는 목소리도 불거지고 있다. 이런 분위기로 볼 때 계열분리안이 결국 MK 퇴진론과 맞물려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물론 이는 지나친 확대해석일 수도 있지만 가능성은 충분하다. 지난달 24일 김윤규 현대건설 사장은 홍콩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계열분리와 관련 "정부와 약속한대로 계열분리가 이뤄질 것"이라며 "정몽구 회장측이 퇴진을 언제 받아들이냐가 문제며 잘 해결될 것"이라고 언급한 점도 의미심장하다. 이를 두고 단순한 실언(失言)이 아니라는 관측이 많다.

따라서 MH가 구상중인 `현대다운 안'이란 MK 퇴진을 전제 조건으로 자동차 지분을 정리하는 방향에 초점을 두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지분정리 방식은 그대로 매각하거나 아니면 자동차로 넘기는 방안을 상정할 수 있다. 이는 단계에서 대단한 폭발력을 가진다. 일단 정 전명예회장이 선언한 `3부자 동반퇴진'을 뒷받침하는데다 기존 주장대로 자동차를 이사회 중심의 `전문경영인 체제'라는 모양새를 갖추게 된다. 아울러 MH가 자동차를 장악하려고 한다는 항간의 의혹도 불식시킬 수 있다. 그러나 이 방안은 즉각 MK의 강력한 반발을 초래해 사태가 또다시 형제간 내분으로 발전될 우려가 높다. 특히 MK는 지난 5월말 `3부자 동시퇴진'을 MH 가신인 이익치 현대증권 회장의 사전각본이라고 주장, 전문경영인 체제를 선언한 터여서 MK의 반발은 불을 보듯 뻔하다. 물론 MK진영에 여론이 호의적일리 만무하지만 정 전 명예회장이 직접 나서 '선언'을 하지않는 이상 또 다시 이전투구식 싸움으로 비화될 가능성이 높다. 'MK 외에 정 전명예회장과 MH는 과연 실질퇴진했느냐'는 회의적 여론도 있어 MH측이 성과를 거둔다고 보장할 수 없고 오히려 역풍을 맞을 수도 있다.

정 전명예회장이 지분을 사회에 환원하는 카드도 생각해 볼수 있다. 정 전명예회장의 마지막 여망이 대북사업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북한관련 재단을 설립할 수도 있다는 얘기다. 일각에서는 정 전명예회장이 지분을 매각하되, 그 매수처를 MK 진영외의 친족계열사인 성우, 한라, KCC 등 위성그룹에 매각하는 방안도 검토 대상이 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사회지도급 인사중 정 전명예회장이 직접 지목한 인사에게 넘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이다.

현대측은 "아무것도 확정된 것이 없으며 공정위와 충분히 협의해서 결론을 내릴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현대주변에서는 `현대다운 안'이란 결국 정공법으로 원칙에 따라 깨끗하게 매각하는 방안이 될 것이라고 기대하는 목소리가 높다. (서울=연합뉴스) 노효동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