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봉 6억' 미모 변호사, 직장 때려치고 간곳은?

온라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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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변호사일을 그만두고 샌프란시스코 동물원으로 온 타냐 피터슨이 아프리칸 사바나관의 기린을 돌보고 있다. [사진=샌프란시스코 크로니컬]

미모의 알파걸 변호사가 6억원 연봉의 직장을 걷어찼다. 폐원 위기에 놓인 샌프란시스코 동물원을 구하기 위해서라고 샌프란시스코 크로니컬이 13일 보도했다.

변호사인 탄야 피터슨(45)은 동물애호가였다. 4년 전 샌프란시스코 동물원에 6개월 자원봉사를 시작했을 때만 해도 이렇게 될 것이라고는 생각지 못했다. 두 아이의 엄마인 그녀는 2005년 딸이 간질이란 충격적인 진단을 접했다. 그 후로 그녀는 동물원을 자주 찾았다. 동물을 어루만져주는 게 그녀의 병을 치료할 수 있다는 처방 때문이었다.

그러나 2007년 크리스마스 즈음 `타티아나`라 불리는 시베리아 호랑이가 우리에서 탈출해 10대 1명을 죽이고 2명에게 부상을 입힌 사고가 터진 후 그녀의 인생도 180도 바뀌었다. 그 소식이 퍼지자 방문객들과 기부자들이 한꺼번에 등을 돌리고 다시는 찾아오지 않았다.

영국 태생의 그녀는 어릴 때 엄마를 따라 미국 산타모니카로 이민을 갔다. 로스쿨을 거쳐 로스앤젤레스 연방법원과 로펌에서 잠깐 일하다가 HP의 사내변호사로 근무처를 옮기는 등 승승장구했다. 그러던 그녀가 이제는 튀는 동물 문양의 가운을 입고 관광객들의 환심을 사기 위해 뛰어다니고 있다. 동물원의 기금 모금자에서 출발한 그녀는 지금 동물원 이사회 부의장이다. 내년 여름 현재의 CEO가 퇴직하면 그녀가 동물원을 살릴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이 된다.

2007년 사고가 터진 후 시베리아 호랑이 우리가 국가 권장 높이보다 1.2m 낮다는 사실이 언론에 알려졌다. 이후 동물원은 안전불감증에 걸렸다는 비난을 받았고 피해를 입은 사람들로부터 고소를 당했다. 아무도 동물원의 일을 하지 않으려 했을 때 피터슨이 그 자리를 지켰다. 그녀의 재임 이후 동물원은 탈바꿈했다. 공무원들은 시 주요 인사들과 관계를 회복하고 전시회도 다시 열었다. 5만 달러에 달하는 모금액이 답지했다.

피터슨은 지난해 21만 7000달러(2억 5000만원 정도)를 벌었다. 예전 HP 시절 연봉의 절반이 안된다. 그 전임자가 벌던 30만 달러에 비해서도 훨씬 낮다. 그래도 그녀는 만족한다. 그녀는 "나는 로스쿨에 진학할때 사회에 영향을 끼치는 일을 하고 싶었다. 아이들이 동물원에서 얻는 행복을 보는 순간 당신도 그런 선택을 할 수 있다"며 "그 모든 게 내가 하고 싶었던 일"이라고 말했다.

이원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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