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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0원의 나눔, 연탄 한 장의 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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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탁경명
강원방송 고문

올해 끝자락에 들어서면서 추위가 갈수록 매서워지고 있다. 이럴 때일수록 독거노인·노약자·일용직 노동자, 쪽방 동네 사람들과 아직 복지 사각지대로 남아 있는 저소득층과 미인가 영세복지시설에 기거하고 있는 장애인들은 삶이 힘겹다. 이들은 우리 모두가 보듬어야 할 약자이고 이웃이다.

 그런데 단돈 500원으로 이들의 깊게 파인 주름을 반나절 동안이나마 환히 펴지게 할 수 있다. 500원짜리 연탄 한 장으로 불을 지피면 냉골방을 12시간 동안 온기로 채울 수 있다. 연탄 한 장의 작은 나눔이 삶의 용기와 기쁨을 나누는 아름다운 세상의 출발점이 될 수 있다.

 원주밥상공동체 산하 춘천연탄은행은 지난 10월부터 내년 5월까지 8개월간 연탄 나눔 봉사 대장정에 나서 어려운 이웃 1000가구에 모두 35만 장의 연탄을 지원하게 된다. 지난해 800가구 30만 장의 연탄을 무료 지원한 것보다 늘려 잡았다. 주말이면 300~400명의 연탄 배달 자원봉사자들이 나서 골목길 팔순 독거노인집 부엌 안에 연탄을 차곡차곡 쌓아 주고 있다.

 12월 들어 날이 추워지자 연탄 살 형편이 안 된다며 무료 지원을 신청하는 사람이 크게 늘고 있다. 이 추세라면 대상이 1500가구까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연탄은행은 2002년 원주에서 원주밥상공동체 산하에 처음 문을 열었으며 4년 뒤인 2006년 춘천에도 생겼다. 현재는 서울·인천·부산·대구·경기·경북·충남·전북 등 전국 9개 시·도에 33개로 성장했다. 전국 33개 연탄은행의 올겨울 따뜻한 연탄 나눔은 줄잡아 600만 장이 넘을 것이다. 작은 나눔이 모여 아름다운 동행으로 거듭나고 있는 것이다.

탁경명 강원방송 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