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view &] 위대한 지도자의 단 한 가지 공통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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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2면

매튜 디킨
한국HSBC은행장

오늘날 우리는 많은 것이 바뀌고 새롭게 정의되며 오랜 기간 유지되었던 역사적인 관계와 통념이 번복되는 흥미로운 시대에 살고 있다. 이러한 현실은 현재 금융권이 풀어야 할 과제가 얼마나 복잡한지를 잘 보여주고 있기도 하다.

비단 금융권에서 일어나는 일뿐만 아니라 중국을 필두로 현재 경제를 주도하고 있는 신흥국의 부상, 북아프리카와 중동의 정치 격변, 미국 부채 상한선 증액을 둘러싼 시장 혼란, 유로존 재정위기 등 지금 지구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는 모든 변화를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이 같은 문제 때문에 평론가들은 금융·경제 그리고 정치 등 각 부문의 리더십이 맞닥뜨리고 있는 과제에 주목하고 있다. 리더십이 제대로 작동하고 성공하느냐에 따라 앞으로 10년은 물론 그 후의 미래가 좌우될 것이기 때문이다.

 어려운 시기일수록 리더십이 중요해진다. 리더십의 필요성이 부각되고 이에 필요한 자질을 판단하기도 쉬워지는 게 위기가 닥쳤을 때다. 지금이 바로 필자가 속해 있는 금융권을 비롯해 경제 전체가 위태로운 시기다.

우리는 지금 거대한 불확실성과 복잡함, 그리고 커다란 위험과 혹시 모를 기회가 동시에 존재하는 시기에 살고 있다. 필자가 금융권에서 일하기 시작한 이래로 지금처럼 정치권, 감독 당국과 금융기관의 단합된 리더십이 중요했던 적은 없었다. 우리 모두가 함께 헤쳐 나가야 할 어려움은 큰 반면, 그에 대한 해결책은 명확하지도 않을 뿐만 아니라 위험이 따르기 때문이다.

 현재의 경제·금융·정치 지도자가 내린 결정으로 인한 결과가 향후 오랜 기간 동안 영향을 미칠 것임에는 틀림이 없다. 그리고 이후 세대는 분명히 앞선 세대의 결정을 냉정하게 평가할 것이다.

 1930년대 세계 지도자가 내렸던 결정에 대한 경제·정치적 비판과 분석이 얼마나 방대했는지 생각해 본다면, 이후 최악이라고 불리고 있는 지금의 경제위기를 헤쳐 나가야 하는 책임을 짊어지고 있는 현시대 지도자의 어려움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더구나 그때보다 지금이 여러모로 위험요인이 많다.

세계 많은 나라에서 인구의 고령화가 진행되고 있고 경제성장률은 기대치보다 낮아지고 있다. 선진국의 이자율은 사상 최저 수준이고 재정 지출을 늘릴 여유도 거의 없는 상황이다.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우리가 사용할 수 있는 무기는 매우 제한적이다.

 위대한 경제학자로 꼽히는 존 케네스 갤브레이스는 말했다. “모든 위대한 지도자는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동시대 사람이 안고 있는 가장 큰 불안에 정면으로 맞서 해결하고자 하는 의지가 바로 그것이다. 이것이 바로 리더십의 핵심이다.”

 오늘날의 현실은 갤브레이스가 말한 위대한 지도자가 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를 보여준다. 불안은 명백히 존재하지만, 그것을 정면 돌파하려는 의지는 약하다. 우리가 현재 안고 있는 불안에는 유럽 재정위기와 유로화의 미래, 경제 둔화에 따른 선진국의 취약한 재정 상태와 반복되는 재정 적자, 인구 고령화에 따른 의료보험과 연금의 고갈 위험이라는 시한폭탄, 긴축정책과 부양정책 사이의 균형, 그리고 세대 내는 물론 세대 간 불평등이 있다. 결단력 있는 행동, 즉 리더십만이 이러한 고민을 타파하고 미래에 대한 자신감을 다시 회복시킬 수 있는 것이다.

 성공적인 리더십은 쉬운 문제보다는 어려운 문제에 대처하는 능력이다. 성공적인 리더십은 대중적인 지지를 얻지 못하거나 단기적으로는 자신의 이익에 반할지라도 소신에 따라 옳은 결정을 내리는 것이다. 여기에는 용기가 필요하다. 이것이야말로 진정한 리더십이라고 할 수 있다.

 1865년에 설립된 이래 HSBC 경영진이 다른 회사의 경영진과 달랐던 점은 자신의 개인적인 성공보다는 은행의 역사가 자신의 리더십을 어떻게 평가할 것인가에 초점을 두고 은행을 경영했다는 것이다. 오늘날 리더십을 발휘하려는 모든 이가 한번쯤 생각해볼 대목이다.

매튜 디킨 한국HSBC은행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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