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대규모 정전 왜 이렇게 잦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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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지난 6일 울산석유화학공단이 정전사태로 1000억원 정도의 엄청난 손실을 입은 것으로 추정된다. 정상적으로 재가동하는 데만 일주일 정도 걸린다고 한다. “도저히 불안해서 공장을 돌릴 수가 없다”는 기업들의 불만에 공감 가는 이유다. 특히 올해는 예고 없는 정전이 너무 잦았다. 대규모 정전만 세 번째다. 1월엔 여수산업단지 정전으로 600억원의 피해를 봤다. 9·15 대규모 정전은 아직도 기억이 생생한 대재난이다. 주무부처의 장·차관이 한꺼번에 경질됐다. 그런 지 불과 얼마 후에 이번 정전이 터졌으니 한전은 입이 열 개라도 할 말 없게 됐다.

 9·15 때만 해도 보고체계의 미비와 긴급 대응의 문제 등이 있었지만, 근본 원인은 저렴한 전기요금으로 인한 전력 수요의 폭증이었다. 전력 정책에 상당한 책임이 있는 정전 사고였다. 하지만 이번은 변전소의 선로차단기 고장 때문이었다. 송·변전의 투자 부족과 정비 소홀로, 한전이 100% 책임져야 하는 사고다. 그것도 정부가 전력요금을 4.5% 인상해준 바로 그 다음 날 터졌다.

 1980년대 이후 정전은 거의 없었다. 특히 대규모 정전은 극히 예외적이었을 정도로 전력 사정이 좋았다. 하지만 올해는 그렇지 않다. 정전으로 피해를 입은 기업·주택·상가가 무려 678만 곳이라고 한다. 세 곳 중 한 곳이 불시 정전으로 피해를 입었다. 게다가 2008년 44만여 곳, 2010년 48만 곳에 비하면 무려 10배가 넘는다. 한전 등 전력 당국이 해야 할 일은 양질의 전기를 값싸고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것이다. 올해처럼 정전이 잦다면 한전이 존재할 이유가 없다는 얘기다.

 이제라도 한전과 정부는 정전의 원인과 향후 대책을 정밀 검토하길 바란다. 이유는 여럿일 것이다. 원가에도 못 미치는 전력요금일 수도 있고, 무리한 경비절감 추구로 한전이 유지·보수를 제대로 하지 못한 때문일 수도 있다. 오랫동안 누적돼온 독점기업으로서의 방만한 경영도 주요 원인일 수 있다. 어떤 것이든 올해처럼 정전이 잦아선 안 되기에 근본적인 개선책이 필요하다. 그렇지 않아도 블랙아웃(전국적인 대규모 정전)이 걱정되는 올겨울인데 한전이 이처럼 미덥지 않아서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