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LB] 박찬호, 11승 정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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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자가 점수를 많이 뽑아 준다고 경기를 이길 수는 없다. 투수가 그만큼 점수를 내주면 도로아미타불이다.

마찬가지로 투수가 기막히게 잘 던지더라도 승리가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타자들이 한 점도 뽑지 못하면 계속 0 - 0일 수밖에 없다.

박찬호(27.LA 다저스.사진)가 26일(한국시간) 콜로라도 로키스와의 원정경기에서 동료들의 실책과 호타에 지옥과 천국을 오간 끝에 2연승을 기록, 시즌 11승 고지에 올랐다.

1 - 0으로 앞선 2회말 1사 1, 3루에서 3루수 애드리언 벨트레와 1루수 에릭 캐로스의 연속 실책이 겹치면서 3점을 내줬을 때 지난 등판에서 야수들의 도움으로 1승을 챙겼던 박의 행운은 끝나는가 싶었다.

6회말에도 토드 홀랜스워스의 실책이 빌미가 돼 1점을 더 헌납, 1 - 4로 뒤지자 패색이 짙어진 박은 체념한 듯 허공을 응시했다.

그러나 실책을 저지른 세 선수는 경기 후반 결정적인 순간 박을 패전의 위기에서 구하고 끝내 승리까지 안겨줬다.

먼저 1 - 4로 뒤지던 7회초 무사 1, 3루에서 에릭 캐로스가 극적인 동점 3점홈런으로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다.

박찬호는 7회말 무사 1, 2루 위기를 무실점으로 막아냈다.

이어 8회초 선두타자로 등장한 홀랜스워스는 볼넷을 골라 찬스를 만들었고 2사 만루에서 벨트레는 결승 2타점 적시타를 터뜨렸다.

'실책 3인방' 이 '승리 도우미 3인방' 으로 바뀌는 순간이었다.

8회말 마운드를 테리 애덤스에게 물려준 박은 7이닝 동안 7안타 4실점(2자책)으로 버텨 승리를 챙겼다.

박은 타석에서도 일본인 투수 요시이를 상대로 홈런성 2루타를 포함해 3타수 2안타를 때렸다.

다저스는 6 - 4로 앞서자 애덤스, 9회말 제프 쇼를 투입해 리드를 지켰다.

박은 올시즌 일본인 투수를 상대로 3전 전승을 기록하며 시즌 성적 11승7패로 전날 10승을 올린 케빈 브라운을 제치고 팀내 다승 1위를 유지했다. 방어율은 4.23에서 4.14로 낮아졌다.

박은 오는 31일 오전 2시35분 필라델피아 필리스와의 원정경기에서 시즌 12승에 도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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