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가 이용 산사로 출가하는 행렬 줄 이어

중앙일보

입력

휴가를 이용, 산사로 출가 (出家)
하는 행렬이 줄을 잇고 있다.

짧은 기간이지만 참된 '나' 를 찾아가는 단기출가 프로그램에 참가하기 위해서다.

출가기간 내내 묵언 (默言)
을 지키고 3천배 (拜)
정진 등 수행은 고통스럽지만 도시생활의 스트레스를 말끔히 씻어줘 일반인들에게도 인기다.

단기출가는 시작부터 생활이 확 바뀐다.

사찰마다 조금씩 다르지만 기간내내 묵언, 차수 (叉手.손을 깍지 끼기)
, 시선 하향은 기본이다. 말을 했다가는 죽비로 어깨를 맞거나 취침시간에 혼자 대웅전에서 1백8배를 해야 한다.

수행의 절정은 출가 마지막 날 밤의 3천배. 허리가 끊어지는 고통이 따르지만 마침내 이루고 나면 '눈 앞이 트이는' 기분을 느낀다고 한다.

19일부터 21일까지 통도사 수련회에 참가한 박영한 (38.회사원)
씨.

"집으로 돌아오기 직전, 진신사리까지 3보1배 (三步一拜.세걸음마다 한번씩 절하기)
를 할 때는 젊어서 겪은 해병대 훈련보다 더 힘들었다" 며 "그러나 고행의 과정에서 일상에서 쌓인 번뇌는 티끌처럼 날아가 버렸다" 고 말했다.

지역에서는 팔공산 동화사를 비롯, 합천 해인사, 양산 통도사, 영천 은해사, 경주 불국사 등지에서 대개 3~7차례씩 단기출가 수련회를 열고 있다.

이달초부터 시작, 이미 2차례의 프로그램을 마친 동화사는 신청이 밀려 이번 주말 열리는 3차 정원 (50명)
을 대폭 늘릴 계획이다.

동화사 한곤수 사무과장은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탓인지 올해는 의사.변호사 등 전문직들도 많이 참가했다" 고 말했다.

22일부터 25일까지 2차 동화사 단기출가에 참가한 세무사 金모 (53)
씨는 매년 여름휴가를 사찰을 바꿔가며 짧게 출가한다.

金씨는 "불자는 아니지만 아내와 함께 깊은 계곡에 자리잡은 산사에서 보내는 휴가가 최고" 라고 말했다.

올 여름 모두 일곱차례 열리는 합천 해인사의 여름수련회에도 신청이 밀려 이달초 아예 접수를 마감해 버렸다.

이 사찰 관계자는 "지난해 여름 미리 예약한 사람도 적지 않아 신청을 다 받으려면 정원 (1백50명)
을 2배 이상 늘려야 한다" 고 말했다.

6차 (총정원 1천9백명)
에 걸쳐 실시하는 통도사는 이미 지난달 중순 신청을 마감했다.

이들 사찰들의 단기출가 참가자 분포를 보면 40대가 가장 많고 그 다음 30대, 20대 순이며 부부.연인끼리의 참가도 적지 않다고 한다.

정기환 기자 <einbau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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