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국의 신화〉음란판결 관련 성명서

중앙일보

입력

이현세作 〈천국의 신화〉 음란판결에 대한, 한국만화탄압 비상대책위원회의 입장

이번에 빚어진 〈천국의 신화〉에 관한 판결에 대해 우리 만화인들은 작가 이현세 개인을 넘어 만화계 전체의 상징적 사안이 될 수 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지난 30년간 감시와 검열속에 우리들의 가치를 지키며 한국의 만화를 일구어 왔고, 한국만화의 토양을 지켜 왔다. 사법부의 근시안적인 판결에 대해 비애와 굴욕감을 느끼면서 한국 만화인들의 입장을 밝히는 바이다.

1. 대중문화의 표현자유에 대한 관대한 해석이 늘고 있는 추세 속에서 유독 '만화만의 유죄판결' 은 형평성을 잃은 처사다. 이는 만화라는 매체를 경시하는 것이라고 본다.

2. 〈천국의 신화〉에 집단강간, 수간 등을 문제 삼았던, 판결대상이 된 청소년용에는 그 장면들이 모두 삭제되었고, 간행물 윤리위원회에서도 아무 문제없이 바로 '납본필'되었다. 그럼에도 유죄판결을 내렸다는 것은 유죄를 만들기 위한 유죄라고 밖에 생각되지 않는다.

3. 판결문 중, '음란성과 폭력성을 판단하는 기준은 작가와 같은 전문가들의 기준이 아닌 일반인들의 정서에 따라 정해지는 것'이라고 하였는데 그 판결대로라면, 재판조차 검사나 판사와 같은 전문가가 필요 없다는 것인가..? 또한 일반인의 기준이라 하였으나 과연 어느 일반인의 시각이 기준이 된것인지 의심스럽다. 사법부는 자신들의 판단을 일반인의 시각이라고 덧씌워 한국 만화를 마녀사냥 하려는 의도라 볼 수 밖에 없다.사법부는 일반인들의 의견을 우리와 함께 들어볼 의향이 있는가...?

4. 판결문에서 "피고인의 경우,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만화가로서 작품이 청소년들에게 미치는 영향이 매우 큰 점을 감안, 엄격한 잣대를 적용하지 않을 수 없다" 고 하였다. 그렇다면, 일반작가는 그려도 되고, 대표작가는 그려선 안된다는 것인가...?! 이 판결은 공정성, 객관성, 보편타당성을 잃은 판결이라고 우리는 생각한다.

5. 이번 판결과 같은 잣대라면 현재 발표되고 있는 우리나라의 모든 만화는 유죄판결 받을 수 밖에 없다. 문화의 세기를 맞아 우리 만화의 국제경쟁력이 절실히 필요로 한 시기에 사법부의 이러한 판결은 우리 만화의 경쟁력을 말살시키는 행위이다. 또한, "지원은 하되 간섭은 않는다" 는 문화정책의 원칙에도 역행하는 판결이라 본다.

6. 우리는 이 판결이야말로 사회적 약자에 대한 '폭력'이라고 생각하기에 표현의 자유가 보장될 때까지 투쟁할 것이다.

한국만화탄압 비상대책위원회

한국만화가협회 입장 지지 (한국출판인협회 성명)

지난 18일 만화가 이현세의 <천국의 신화>에 대해 내린 사법부의 판결에 즈음하여 만화출판인들은 우려와 유감을 표하지 않을 수 없다.

1. 출판의 자유는 곧 창작 표현의 자유에서 비롯되고 양자는 상호보완의 관계에서 발전한다고 믿는 바 창작만화가들의 거센 항의와 반발에도 불구하고 창작 표현의 자유에 제한을 가하는 이번 판결은 곧 출판의 자유를 위협하는 중대한 사안으로 보지 않을 수 없다.

2. 만화를 고부가산업으로 집중 육성 장려한다는 문화정책과는 달리 만화작품의 규격화, 획일화를 가져올 수 있는 이번 판결은 국내시장에 많이 들어와 있는 외국작품과의 경쟁력을 떨어뜨릴 뿐만 아니라 최근 영화 〈거짓말〉 등 일련의 대중예술에 대한 폭넓은 표현 자유의 흐름에도 역행하는 처사이며, 이는 만화 장르에 대한 경시라고 본다.

3. 청소년들에게 압도적으로 생활화된 인터넷 이용 및 탈국경의 정보이용 속에서 그 영향력이나 파장이 지극히 미미한 출판물에 대해 경직된 윤리를 요구하는 것은 급변하는 사회 환경을 도외시한 관점이라고 본다. 음란성의 문제를 도서류에서 심각히 다루는 것은 나무만 보고 숲을 보지 못하는 근시안이라고 본다.

4. 우리 만화출판인들은 이번 판결에 대한 만화가들의 표현 자유를 지키기 위한 투쟁과 노력을 전폭적으로 지지하며, 아낌없는 성원을 보내는 바이다.

한국만화출판협회장 심상기
2000. 7. 19

천국의 신화 판결에 대한 ACA 성명서

이현세 작 '천국의 신화' 음란판결에 대한, ACA(전국 아마추어 만화동아리 연합)의 입장

우리는 자유민주주의를 기본 이념으로 하는 국가에 살고 있다. 창작의 자유에 대한 내용은 헌법에도 있는 국민의 기본법으로서 국민은 창작물 및 정보를 볼 권리가 있으며 자유롭게 창작할 권리가 있다.
'천국의 신화'에 관한 사법부의 유죄판결운 국민의 보고들을 권리와 자유로이 창작할 권리를 제한하고 규제하는 상징적인 의미를 부여하였다.
이에 아마추어 만화인의 입장을 밝힌다.

1. 청소년 또한 한 개체로서의 의식이 있다. 청소년을 보호하고 발전시키는 것이 진정한 목적이라면 먼저 청소년의 시각에서 판단해야 하며 청소년의 의견수렴을 충분히 해야만 한다.
어른과 기성세대의 시각으로 청소년의 볼 권리에 대해 규정하지 말라.

2. 만화는 아동만을 위한 문화가 아니다.
만화를 아동문화의 기준으로 채점하고 정리하려하는 사법부의 시각은 만화를 사회 전반적인 사람들이 즐기고 누릴 수 있는 폭넓은 한 문화로서 인정하지 않는다고 밖에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3. 현재 대중문화의 표현자유의 해석이 확대대고 관대해진 현 시점에서 유독 만화에 대해 일보 퇴보적인 판결을 내린 것은 타문화와의 형평성을 잃은 비일관적인 처사이다.

4. 세계는 문화통합시대로 접어들고 있으며 그중 뛰어난 문화만이 살아남을수 있다는 것은 모든 사람들이 알고있는 바이다. 이런 국제경쟁력을 키워나가야 하는 상황에서 문화정책의 비일관적, 이중적인 해석은 만화를 더이상 발전할수 있는 경쟁력을 잃게 만든다고 판단된다.

5. 자유로운 창작활동을 기본으로 여기고 있으며 자유창작을 통하여 자기발전과 재능을 키우는 것은 아마추어인의 의무이자 권리이다. 이번 사법부의 유죄판결로 인하여 자유창작의 부재를 다시한번 확인하게 되었다.

6. '지원은 하지만 간섭은 하지않는다'는 문화정책이 하루빨리 일관성을 되찾기를 촉구하며 자유롭게 창작할 권리를 되찾기위해 아마추어 만화인들은 투쟁을 계속 할 것이다.

ACA (전국 아마추어 만화동아리 연합)
- 4333. 07.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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