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 기업 '빚은 부풀어가는데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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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닥기업들이 주식공모 당시 자금사용계획과는 달리 벤처기업 투자 등에 돈을 쓰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또 유상증자로도 부족해 전환사채(CB)를 대거 발행했다가 증시침체로 주식전환이 불가능해지면서 상당수 기업이 그만큼의 부채를 고스란히 떠안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코스닥증권시장은 25일 자본금이 2백억원을 초과하는 11개사의 공모 당시 자금사용계획과 지난해 7월~올 3월의 실제 사용내역을 조사해 본 결과 상당한 차이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이들 11개 기업은 공모 당시 제출한 사업설명서에서 타법인 출자에는 2백50억원을 쓰겠다고 밝혔으나 실제로는 1천1백27억원을 투자, 당초 계획보다 4배 이상 투자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 연구개발에 3백12억원을 책정했으나 실적은 전혀 없었다.

특히 이들 기업은 계획보다 자금을 더 많이 조달했으며 공모자금의 절반 이상(51%)을 현금자산으로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코스닥기업들은 이처럼 주식발행을 통해 기대 이상으로 풍부한 자금이 생기자 본업과는 거리가 있는 분야에 투자를 늘린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코스닥기업들은 프리코스닥(창업 기업)투자에 나섰지만 장세 침체로 대부분 수익을 내지 못할 뿐만 아니라 거액이 묶여 애를 먹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코스닥시장에 따르면 출자지분이 30% 이상인 벤처기업만 따져도 1백3개 등록기업이 모두 2백10개 벤처투자에 나섰는데 이중 99%는 코스닥시장 등록이 어려울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코스닥증권시장의 윤권택 팀장은 "많은 기업이 풍부한 자금으로 벤처투자를 했지만 상황이 나빠지면서 투자자들의 항의만 받고 있다" 고 말했다.

또 유상증자로도 만족하지 못한 코스닥기업들은 CB발행에 나섰지만 증시폭락으로 주가가 전환가격을 밑도는 종목이 속출하고 있다. 이 경우 주식 전환이 불가능해져 회사 빚이 그만큼 늘어나게 된다.

올들어 등록기업이 발행한 CB물량은 55개 기업의 8천2백53억원어치로 이중 20개 기업의 4천1백67억원은 전환시기가 돌아왔지만 주식으로 전환된 것은 3백32억원에 그치고 있다.

한편 구조조정 전문회사들도 곧 부실 벤처기업에 대한 처리에 착수할 계획이다.

구조조정 전문회사인 SG캠코 김탄일 사장은 "대형 구조조정이 어느 정도 가닥을 잡은 다음에는 부실 코스닥기업에 대해서도 구조조정을 시작할 계획" 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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