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대치동 학원 활용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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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치동 학원가에선 발품만 팔면 저렴한 교육비로 최고의 수업을 들을 수 있죠. 외부지역 거주자도 이러한 장점을 충분히 활용할 수 있습니다.” 중 3과 고 1 두 자녀를 둔 워킹맘정혜옥(46·굿인포메이션 대표)씨는 대치동에 거주한지 5년째다. 그는 “타 지역에 비해 우수한 강사의 비율이 훨씬 높고 과목별로 세분화된 학원을 아이의 특성에 맞게 선택할 수 있다”며 “상대적으로 내신따기가 쉽고 주말에 대치동 학원 수업을 활용하는 외부지역학생이 이 지역 거주민보다 대입준비에 더 유리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대치동 학원가는 크게 5곳의 사거리를 중심으로 구성돼있다. 은마사거리와 대치사거리, 대치우성아파트사거리와 한티역사거리, 대치역사거리다. 처음 방문하는 학부모는 지역이 넓고 학원수도 많아 수강할 학원 고르는데 어려움을 겪기도 한다. 정대표는 처음 대치동 학원가를 공략하는 학부모와 학생에게 ‘주말·단과·중소형학원’을 선택할 것을 권했다. 주중에는 인근 학원을 활용하거나 인강을 듣고 자습을 한 뒤 주말에만 진행되는 단과 강의를 수강하라는 설명이다. 그는 “대치동학원도 외부지역의 학생을 고려해 주말에 다양한 강좌를 선보인다”며 “일단 인터넷이나 엄마들의 도움을 얻어 한 군데 학원을 고른 뒤, 이곳을 거점화해 새로운 정보를 얻으라”고 조언했다. 그는 외부 지역의 학부모와 학생에게 도움을 주기 위해 주위의 엄마들과 힘을 모아 최근 『대치동학원 사용설명서』를 출간하기도 했다.

고액 특강 신중히 결정해야

 대치동 학원은 대부분 단과 위주로 구성돼 있다. 한 과목 내에서도 강사의 특성을 세분화해 학원을 선택할 수 있다. 수학을 수강한다면 개념-문제풀이-수능방식에 따라 선호하는 유명강사가 나뉘어져 있는 식이다. 간판도 없는 허름한 건물의 소형 학원이 성황을 누리는 것도 특징이다. 중대형 학원에서 명강의로 이름을 떨치던 강사가 독립해 세운 경우가 대다수라 해당 정보에 밝지 않으면 학원의 위치조차 파악하기가 쉽지 않다. 외부지역에선 이러한 정보가 부족하므로 중대형 학원을 보내는 경우가 많다. 자습실이 없는 것도 참고할 점이다. 임대료가 비싸고 강의실에선 계속 순차적으로 다양한 강의가 진행되기 때문에 수업을 마친 학생은 바로 학원을 나가야 한다. 좋은 강의를 듣겠다고 욕심을 부리면 배운 내용을 스스로 소화할 시간이 부족해져 성적이 오히려 하락할 수 있으므로 주의가 필요하다.

 과도한 정보와 일부 학원의 상술에 속지않으려면 학부모의 뚜렷한 주관이 필요하다. 개별 학원에서 치르는 레벨테스트 결과에 연연하지 않는 자세도 중요하다. 시매쓰 대치센터 문도희 원장은 “대부분 대치동 학원들에서 치르는 레벨테스트는 매우 높은 수준이라 우수한 학생이 치러도 50점대가 나오는 경우가 허다하다”며 “이러한 테스트결과를 앞에 두고 고액의 특강을 권하면 대다수의 부모는 신청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올림피아드 단과 강의를 신청하려다 높은 수업료를 주고 특강을 듣는 사례가 발생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문 원장은 “장기간 꾸준히 들어야 하는 주요과목 수업이라면 대치동보다는 거주지 인근 학원을 선택하는 것이 더 효율적일 수 있다”며 “대치동에서는 학기 중에는 주말, 방학에는 몇 주 식으로 단기간의 목표를 설정한 뒤, 과목별 약점을 파악해 부족한 부분을 채우는 식으로 활용하라”고 조언했다.

<이지은 기자 ichthys@joongang.co.kr 그래픽="이말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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