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국경 침범 미국 무인정찰기 격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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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이란 군이 4일(현지시간) 미국의 정찰용 무인항공기(드론)를 격추한 뒤 기체를 확보했다고 주장했다.

 이란의 아랍어 국영방송 알아람은 이날 “익명의 군 관계자가 이란 동부에서 (국경을) 침입한 미국의 드론(RQ-170·사진)을 격추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고 로이터통신 등이 보도했다. 알아람은 또 “앞으로 미국의 무인정찰기가 우리의 영공을 침범할 경우 이에 대한 대응은 단순히 국경 침범에만 국한되지 않을 것이라는 게 이란 당국의 입장”이라고 보도했다. 이는 국경보다 넓은 개념인 영공 침범을 대응기준으로 삼겠다는 뜻으로, 앞으로 미국의 핵시설 정찰 등에 더욱 강경하게 맞서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영국 스카이 뉴스는 이란의 반(半)관영 파르스통신을 인용해 “드론이 ‘최소한의 피해’만 입은 채 떨어졌고, 이란 군 측이 드론을 확보했다”고 전했다.

이란 군은 지난 7월에도 중부 포르도에 있는 우라늄 농축시설을 정찰하던 미국의 무인정찰기 한 대를 격추했다고 주장한 바 있다. 당시 미국은 어떤 정황이나 증거도 없다고 이 주장을 일축했지만 이번에는 이란 군이 드론 기체를 확보했다고 주장하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특히 이번 격추 주장은 이스라엘 에후드 바라크 국방장관이 3일(현지시간) “우리는 그들(이란)이 핵무기를 보유하는지 지켜보고 그때 행동하면 된다는 식으로 마냥 기다릴 수 없다”고 말한 가운데 나온 것이어서 더욱 주목된다. 미국을 비롯한 서방 국가들은 최근 이란중앙은행과의 거래 중단 등 이란의 핵무기 개발을 막기 위한 강력한 경제제재 조치를 결정한 바 있다. 이란은 이에 크게 반발해 왔다. 특히 이란의 시위대는 경제제재에 동참한 영국의 테헤란 주재 대사관에 침입해 외교적 분쟁으로 비화한 상태다.

 알아람이 언급한 ‘RQ-170 센티널’은 록히드사가 제작한 정찰용 스텔스기로 지난 5월 오사마 빈 라덴 사살작전에 투입된 기종으로 알려져 있다. RQ-170 센티널은 무기를 탑재하지 않도록 디자인됐다.

허귀식·유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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