쇠고기 매출액, 돼지고기 눌렀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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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8면

전국을 휩쓴 구제역 여파로 9년 만에 쇠고기 판매가 돼지고기를 앞질렀다. 롯데마트가 올해 1~11월 자사 매장의 국산 육류 매출액을 분석한 결과 쇠고기(51.4%)가 절반을 넘어 돼지고기(34.8%)나 닭고기(13.8%)보다 많은 것으로 집계됐다.

 롯데마트 이권재 축산팀장은 4일 “돼지고기 판매가 줄어든 것은 지난해 말 경북 안동 농가에서 시작된 구제역 때문”이라고 말했다. 구제역은 올해 초 전국으로 확산하면서 돼지 331만여 마리가 살처분돼 농가의 사육두수가 30%가량 감소했다. 반면 구제역으로 살처분된 소는 15만여 마리에 그쳤고 돼지 대신 소를 선택한 축산농가까지 생겨나면서 소의 사육두수는 오히려 20% 정도 늘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한우 등심(1+등급, 100g 기준)의 올해 평균 소비자판매가는 7200원으로 지난해(8500원)보다 15%가량 떨어졌다. 특히 7~9월 3개월 동안은 값이 30% 넘게 하락했다. 이와는 반대로 냉장 삼겹살(100g)은 올해 평균 소비자가가 2420원으로 지난해(2040원)보다 18%가량 올랐다. 여름휴가철이 낀 7~8월에는 30%가량 치솟아 ‘금겹살’ 소릴 듣기도 했다. 이와 함께 이상기온 때문에 갈치나 고등어의 어획량이 줄어 가격이 급등하자 쇠고기는 수산물 수요까지 일부 대체한 것으로 보인다.

 국산 돼지고기 가격이 폭등하면서 수입 육류 판매도 크게 늘었다. 특히 수입 돼지고기가 잘 팔렸다. 가격 폭등 때문에 정부가 수입 돼지고기에 부과하던 관세를 폐지해 가격이 많이 싸졌기 때문이다. 지난해 수입 육류 전체 매출액의 5.3%에 불과했던 수입 돼지고기 비중은 올해는 14.6%까지 뛰었다. 특히 미국산 냉장 삼겹살은 매출이 지난해보다 13배나 증가했다. 쇠고기의 매출 비중도 2000년 국산과 수입산이 75% 대 25% 정도였지만 올해는 55% 대 45%로 좁혀졌다. 업계에서는 내년 중반께면 국산 돼지고기 공급이 안정돼 다시 쇠고기 판매를 따라잡을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수입산 육류 소비는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장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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