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신 수탁고 '부익부 빈익빈'

중앙일보

입력

1년 전 대우사태 이후 감소일로에 있던 투자신탁운용사의 수탁고가 이달 들어 큰 폭의 증가세로 반전했다.

그러나 회사별로 보면 이달에도 계속 감소하는 곳이 있어 차별화가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더욱이 채권시가평가제가 시행돼 앞으로 채권형 수익증권도 원금을 까먹을 수 있게 됨에 따라 회사별 수탁고 차별화는 더욱 심화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투신상품을 고를 때 수익률이나 부실위험 등을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 수탁고 증가세로 반전〓대우사태가 터진 지난해 8월 무려 18조원이 줄어든 이후 연말까지 5개월 동안에만 66조6천억원이 빠져나갔다.

올 1월 2천여억원 늘기는 했지만 2월부터는 다시 큰 폭의 감소세로 돌아섰고 현대사태가 터진 6월에는 15조원이 줄었다.

그러나 7월 들어 MMF에만 9조2천3백81억원이 몰린 덕택에 전체 수탁고가 7조4천3백51억원 늘었다.

MMF가 이처럼 늘어난 것은 채권시가평가제가 시행되자 장부가 평가가 유지되는 MMF로 돈이 몰린 데다 비과세 수익증권을 예약판매하면서 들어온 돈을 임시로 MMF에 넣어뒀기 때문으로 투신업계는 설명했다.

제일투신 관계자는 "시중 자금이 단기부동화하면서 단기상품의 인기가 높아진 데다 장부가 평가라는 장점까지 있어 MMF 수탁고가 크게 늘었다" 며 "비과세 수익증권이 정식 판매되면 MMF에 들어와 있던 예약 판매물량이 빠져나가 MMF 증가세가 주춤할 것" 이라고 설명했다.

◇ 회사별로 차별화〓올들어 수탁고 증감액을 비교해 보면 회사별로 큰 차이가 난다.

현대사태라는 직격탄을 맞은 현대투신운용은 올해만 6조8천8백여억원이나 수탁고가 줄어 수탁고 감소 1위를 차지했다. 그 뒤를 한국.교보.서울.대한투신운용이 이었다.

반면 국은.한화.템플턴.태광.세종.신영투신운용은 수탁고가 증가했다. 이같은 수탁고 증감액의 차이는 투기등급 채권의 편입비중과 밀접한 관계가 있음이 나타났다.

이같은 현상은 이달 들어 더욱 뚜렷해지고 있다. 7월 들어 투신권 전체 수탁고는 크게 늘었지만 투기등급 채권비중이 높은 회사의 수탁고는 오히려 감소했다.

◇ 고객들의 펀드 고르기〓수익률보다는 안전성에 초점을 두고 펀드를 평가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충고한다.

일부 투신운용사들은 고객을 끌기 위해 무리하게 높은 수익률을 제시하기도 해 수익률만 보고 가입했다가는 나중에 큰 낭패를 볼 수 있다는 얘기다. 물론 투기등급 채권비중이 낮은 회사가 일단은 유리하다.

유리자산운용 박용국 이사는 "외국의 경우 수익증권 판매사인 증권사들이 자체적으로 펀드를 비교분석해 고객들에게 알리고 있다" 며 "국내에서도 이런 서비스가 나오고 있는 만큼 이를 잘 활용할 필요가 있다" 고 설명했다.

이런 서비스로는 한국펀드평가(http://www.kfr.co.kr)와 대우증권(http://www.bestez.com)홈페이지가 대표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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