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 새싹이 영양 덩어리? 당신도 그렇게 믿는다면 낚인 거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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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배드 사이언스
벤 골드에이커 지음
강미경 옮김, 공존
448쪽, 1만8000원

때로는 과학지식보다 과학적 마인드를 키우는 게 중요하지 않을까. 이를테면 시험관 속 화학물질의 분자식이나 광합성의 원리를 아는 것보다 관찰과 해석, 원인과 결과의 분석, 검증하는 태도를 익히거나 무엇을 먹으면 죽는지 몸에 좋은지 등을 아는 것이 훨씬 실용적일 것이란 생각이 드는 것이다.

 이 책은 그런 과학적 마인드를 키우면서 실용적 지식을 높이는 데 아주 유용한 ‘과학’책이다. 영국 국립의료원 신경정신과 전문의가 썼기에 실은 과학이라기보다 사이비 의학에 논의가 집중돼 있고, 우리에겐 생소한 영국 사례 중심이란 한계가 있지만 책의 가치는 이를 훌쩍 뛰어넘는다.

 지은이에 따르면 국내에서도 인기를 끈 족욕기, 뇌체조, 오메가 3, 항산화제 모두 수상하다. 과학적으로 증거가 없거나 편한 대로 ‘증거’를 동원한 사례다. “여러 가지 암, 특히 전립샘암을 예방하는 효과가 탁월하다”는 카레 원료 강황을 보자. 흥미롭긴 하지만 온당치 않은 주장이란다. 강황 추출물을 쥐 세포에 떨어뜨려 세포 증식 여부를 알아보는 이론 중심의 실험실 연구에 그친 수준이기 때문이다.

 실제 세상에서, 실제 사람들의 몸에도 같은 효과가 있다고 주장하기는 모자란 증거라고 주장한다. “싹 트는 씨앗 속에는 식물이 건강하게 충분히 자라는 데 필요한 영양 에너지가 모두 들어있다”는 영양요법사들의 말도 광합성 원리를 외면한, 근거 없는 말이다. 이 같은 오해와 미신은 어떻게 생기는 것일까. 거대 제약회사, 홍보전문가, 선정성을 좇는 언론의 합작품이다. 이를 적극적으로 이용하는 사이비 과학자들의 수법 중 하나가 ‘체리 피킹’이다. 즉 자신들이 듣고 싶어하는 답을 제시하는 임상시험만 골라내고, 나머지는 무시하는 방식이다. 여기선 위약효과나 대조군 시험, 교란변수 등은 무시된다. 특히 지은이는 언론의 과학기사는 황당무계하거나 ‘획기적’ 기사 ‘공포 조장’ 기사 셋으로 분류된다고 혹평한다. 과학은 느리게, 단계적으로 진보하기에 언론의 속성에 맞지 않는다고 덧붙이면서.

 이 같은 잘못된 정보는 극단을 피하고 평균을 따르는 ‘평균 회귀 경향’, 부정적인 것보다 긍정적인 정보에 더 잘 흔들리는 ‘확증 편향’, 최근의 정보나 경험에 더 의존하는 ‘가용성 편향’ 등 보통사람들의 무의식적 경향에 힘입어 더욱 힘을 얻는다고 지은이는 지적한다. 국내에서 이런 책이 나왔다면 얼마나 시끄러웠을까 싶은 생각이 들 정도로 도전적지만 흥미롭고 유익한 책이다.

  김성희(북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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