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상센터 먼저 세우고 서울대병원 시스템 도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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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2면

“그동안 공공의료를 담당한다는 (국립중앙의료원) 본연의 역할을 다하지 못했다고 봅니다.”

 1일 국립중앙의료원 원장으로 임명된 윤여규(62·사진) 서울대병원 외과 교수의 일성(一聲)이다.

 “축하한다”고 말을 건네자 그는 “아직 축하 받을 일인지 모르겠다. 책임이 무겁게 느껴진다. 전임 원장(박재갑)이 워낙 일을 많이 한 분인데다 갑자기 그 분 뒤를 잇게 돼서…”라고 말했다.

 다음은 윤 원장과의 일문일답.

 - 의료원이 공공의료 부분에서 어떤 점이 미흡했다고 여기나.

 “중증 외상·응급·감염병·국제의료 등 의료원이 마땅히 맡아야할 할 책무를 소홀히 했다. 먼저 외상센터를 세우는데 전념하겠다. 외상센터는 응급센터와는 개념이 다르다.”

 그는 외상센터 건립과 응급의료체계 개선 등 공공의료 체계 구축에 상당한 영향력을 발휘한 인물로 평가받고 있다.

 - 의료원의 재정이 어려운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매년 정부 보조를 300억원 가량 받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런데도 ‘헉헉’ 댄다. 맨 파워(의료진의 질)가 떨어지고 의료 시스템이 낙후돼 환자들이 오지 않기 때문이다. 심지어는 의료원 직원이 다른 병원에 가서 진료를 받는다는 얘기도 들었다. 이래선 곤란하다. 서울대병원의 의료시스템을 적극 도입할 생각이다.”

 - 의료원의 이전 문제는.

 “현재 의료원(동대문 근처) 위치는 공공의료를 펴는데 불리한 곳이다. 다만 서울대병원과 가까워 서로 윈윈하는 방법이 있을 것이다. 원지동으로 이전하는 문제는 부지 문제가 아직 해결되지 않았다고 들었다.”

 - 계속 환자를 돌볼 것인가.

 “지금만큼 수술을 하진 못할 것이다. 하지만 월급 받은 만큼은 하겠다.”

 그는 서울대병원에서 수술대기 기간이 가장 긴 의사로도 유명하다. 1년은 ‘느긋하게’ 기다려야 윤 원장에게 수술 받을 수 있었다.

갑상샘암 수술 대가인 그는 최근까지 매주 4일, 24건 가량의 수술을 집도했다. 연간 수술건수가 1200건에 달한다. 특히 그가 10년 전에 개발한 내시경을 이용한 갑상샘암 제거 수술법은 목에 흉터를 거의 남기지 않는 것이 장점이다.

 - 전임 박 원장이 추진한 금연 정책도 이어받나.

 “(자신은) 담배를 피우진 않지만 금연 전문가는 아니다.”

 신임 윤 원장은 1975년 서울대 의대를 졸업하고 86년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89년부터 서울대병원 외과 교수로 재직했다. 대한외과학회·대한응급의학회 등을 설립하고 회장도 역임해 조직 관리와 리더십이 뛰어난 것으로 평가 받고 있다.

박태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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