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진부도파장' PC업계 연쇄 피해우려

중앙일보

입력

20일 최종 부도를 맞은 세진컴퓨터랜드는 1990년 12월 설립 당시부터 화제를 뿌린 기업이다.

부산에서 5평짜리 컴퓨터판매점으로 출발한 세진은 '가격파괴' 와 공격적인 경영으로 급성장했다.

직영점 52개 등 전국에 2백58개의 점포를 운영하면서 지난해 3천5백억원의 매출로 컴퓨터 유통업계에서 최강자로 군림했다.

세진은 그러나 막대한 광고비와 과중한 점포임대비 부담으로 96년 2월 경영권이 대우통신에 넘어갔다.

대우통신은 직영점을 줄이고 프랜차이즈 중심으로 방향을 선회했다. 이런 구조조정은 반짝 효과를 보았으나 지난해 7월 대우그룹 사태로 다시 자금난에 봉착했다.

특히 대기업들의 PC가격 인하는 저가형 인터넷PC 판매에 주력해온 세진에 치명타였다.

이번 최종부도도 인터넷PC의 판매 부진에다 비수기까지 겹쳐 자금회전이 어려운 시점에 60억원의 어음 결제가 일시에 몰리는 바람에 일어났다.

업계 전문가들은 세진의 부도로 컴퓨터업계의 연쇄부도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4백~5백개에 달하는 세진의 주요 협력업체들이 자금압박을 받게 되면서 '부도 도미노' 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

컴퓨터 게임.부품업계도 피해가 예상된다. 세진이 컴퓨터 외에도 컴퓨터 부품과 게임을 대량 취급해왔기 때문에 업계는 피해 규모가 20억원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세진과 비슷한 이미지인 컴퓨터랜드21.하이마트.현주컴퓨터 등은 세진과의 차별성을 부각하는 데 안간힘이다.

이들은 "세진은 컴퓨터만 취급했지만 우리는 가전 양판점이 중심이어서 판매가 안정적" "직영점 위주의 세진과 달리 우리는 대리점 판매가 주축" 이라고 해명했다.

세진 부도의 불길이 전자 유통업계 전체로 번지는 것을 차단하려는 것이다. 세진의 직영점과 영업점은 현재 정상적으로 영업하고 있다.

부도를 맞았지만 판매와 애프터서비스(AS)도 평소처럼 이뤄지고 있다.

세진 본사측은 선수금이나 계약금을 내고 제품을 예약한 고객들에게는 원할 경우 환불해준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세진의 자회사인 서비스뱅크가 직접 AS를 맡고 있는 인터넷PC는 사후관리가 우려되고 있다.

인터넷PC협회는 이에 따라 "최악의 경우 협회가 직접 인터넷PC의 AS를 챙길 것" 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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