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랑에서 외치는 청소년들의 분노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80%의 보편적인 아이들 얘기에요. 밤새 좋아하는 것 실컷 하다가 낮에 학교에서 조는 애들 말입니다. 학교에 그런 과목이 있다면 펄펄 날아다녔을 텐데, 입시에 꿈을 저당잡힌 애들이죠. "

SBS 4부작 특집 다큐멘터리 〈10대의 반란〉의 공동연출자 신용환 PD는 제목이 풍기는 인상과 달리 선정적인 고발 형식으로 청소년 문제에 접근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

우리 10대들의 '문제' 는 결코 문제아만의 것이 아니다.

제1부 〈출구없는 미로〉(22일 밤 10시50분)는 집안형편도 성적도 중위권인 고교 1년생의 하루를 동년배 미국.프랑스의 청소년과 비교한다.

학교가 끝나는 시간은 비슷하지만 독서실이 딸린 학원으로 직행했다가 자정 무렵에야 집에 돌아오는 것이 한국 아이들. 제작진이 만난 미국 아이는 다르다.

레슬링 훈련에 들어간다. 직업선수를 시키려는 것일까. 부모의 답변은 '노' 다.

"우리의 바람이 우리 아이의 삶일 수는 없다" 는 것이다.

아이들의 눈으로 문제를 보려는 제작진의 시각은 셀프 카메라 형식의 제2부 〈길 위에 선 아이들〉(23일 밤 9시50분)에서 두드러진다.

고교생.가출학생.자퇴 후 복학생 등 다양한 10대들의 고민을 자신, 혹은 친구가 찍은 화면을 통해 보여준다.

문제를 어디서부터 풀어야할까. 제3부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29일 밤 10시50분)는 임신.교내폭력 등 극한적 사건을 겪은 학생들을 예로 이들의 일탈을 완충해주는 구조적 장치의 부재를 지적한다.

"이런 일을 겪은 아이들은 우리네 학교에서는 대개 '사라지고' 맙니다. 상담교사가 있어도 주당 18시간 수업에 담임까지 맡는 형편이지요."

상담만 전담하는 교사 4, 5명이 상주하는 프랑스 학교, 임신상담은 물론 심지어 미혼모를 위한 탁아시설까지 설치한 미국 학교가 대비된다.

신PD는 '그것이 알고 싶다' 에서 본드흡입.왕따.가출 등을 취재하면서 오히려 '문제아' 에 대한 애정이 커졌다.

"그 아이들은 친구.부모.사회를 향해서 몇 번이나 힘들다고 신호를 보냈지만, 그걸 아무도 못알아 들은 겁니다."

10대에 대한 연민은 제4부 〈꿈꾸는 아이들〉(30일 밤 9시50분)에서 낙관으로 변한다.

핸드폰의 문자 조합으로 나름의 '작품' 을 만들어내고, 교실 바닥의 네모 무늬를 DDR 발판으로 활용하는 아이들에게서 제작진은 지금의 학교교육이 수용하지 못하는 10대들의 '열정' 을 발견한다.

"마흔 문턱인 저희 세대는 20대 후반에야 직장생활을 시작하지 않았습니까. 요즘 아이들은 17세면 하고 싶은 게 확실합니다. 우리 사회가 이룰 수 있는 일도 10년은 빨라질 것 아닙니까."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