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올스타 MVP, 거포와 소총의 전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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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천년 프로야구 올스타전 최우수선수(MVP) 경쟁은 과연 홈런 타자들의 각축장이 될 것인가.

올스타전 MVP는 85년 김시진(당시 삼성)과 94년 정명원(당시 태평양)을 제외하고는 18년동안 타자들이 16차례를 차지해왔다.

고작 3이닝을 던지는 투수에 비해 3∼5차례 타석에 들어서는 타자들이 그만큼 실력을 보여줄 기회가 많기 때문.

특히 타자들은 경기를 승리로 이끄는 홈런이라도 한방 쳐내면 MVP를 반쯤 손에잡은 셈이다.

그러나 당대의 홈런 타자들이 MVP에 오른 것은 손에 꼽을만큼 드물다.

나란히 MVP에 두차례 올라 '미스터 올스타'로 불리는 김용희 삼성 감독(당시 롯데) 이나 박정태(롯데)도 홈런타자 반열에 오르기에는 미흡한 강타자였을 뿐이다.

시즌 홈런왕과 올스타전 MVP를 다같이 차지한 타자는 김성한 해태 코치(당시 해태) 뿐이다.

하지만 올해는 어느때보다 홈런타자들의 MVP 등극이 유력하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유례없이 치열한 홈런왕 경쟁을 벌이고 있는 타자들이 상대와의 기싸움과 후반기 홈런포의 폭발력을 높이려면 부담없는 올스타전에서 방망이를 마음껏 휘두를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홈런왕 2연패를 노리는 이승엽(삼성)과 혜성처럼 등장한 홈런왕 후보 송지만(한화), 98년 홈런왕 우즈(두산) 등이 MVP 각축의 주인공.

특히 이승엽과 우즈는 상대팀(매직리그)의 투수에게 강한 면모를 보여왔기 때문에 이번 올스타전을 절호의 기회로 여기고 있다.

심정수와 김동주(두산), 박재홍(현대)도 찬스에 강하고 컨디션에 따라 몰아치기에도 능한 점에서 MVP 경쟁자 대열에 합류할 전망이다.

이와 함께 사상 최초의 올스타전 MVP 3연패에 도전하는 박정태를 비롯한 '중장거리 타자'들의 수성 각오도 만만치 않다.

박정태는 98년 홈런을 못 쳤지만 5타수 4안타의 맹타를 휘둘렀고 95년 정경훈(당시 한화)은 4타수 3안타의 불방망이로 홈런없이 MVP에 올랐었다.

정수근(두산), 이병규(LG), 유지현(LG) 등이 박정태와 함께 소총부대 MVP 후보로 꼽히고 있다.

이번 MVP 각축전은 '똑딱이 타자'들의 수성 각오와 거포들의 반격 의지가 최대의 볼거리가 될 전망이다. (서울=연합뉴스) 권 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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