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미스트] 미국 닷컴은 지금

중앙일보

입력

세계 닷컴 몰락의 진원지였던 美 닷컴들이 다시 살아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닷컴의 목을 죄던 ‘실적’이 예상 밖으로 괜찮게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이들은 구경제에 밀려 힘을 잃어가던 나스닥 시장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특히 야후의 경우 지난 7월11일 장 마감 뒤 나온 실적 발표가 전문가들의 전망치를 뛰어넘자 다음날 폭등장을 이끌었고 나스닥은 이에 힘입어 7월14일까지 상승세를 타 4천2백선을 돌파했다. 그간 낙폭이 컸던 탓도 있겠지만 특히 이날에는 증권사들의 잇따른 등급 상향에 따라 인터넷주가 큰 폭으로 올라 기술주로 매기를 옮기는데 기여했다.

이날도 야후는 급등세를 이어가며 4.4% 올랐고 현금흐름에 문제가 있을지 모른다는 어느 애널리스트의 보고서에 폭격을 받았던 비운의 스타 아마존도 살로먼스미스바니가 캐시 보유에 문제가 없고 올해 말로 갈수록 실적이 나아질 것이라고 평하면서 ‘Buy’ 추천, 21%나 폭등했다.

또 이베이도 15%, AOL도 6%나 올랐다. 이는 무엇을 말하는가. 닷컴의 막연한 미래가치 대신 손에 잡히는 실적과 현금 흐름이 그만큼 중요해졌다는 얘기다. 닷컴도 “이제 ?굼繭遮?비관론을 뒤집어 놓은 원인도 따지고 보면 기업의 일반적 속성인 매출과 수익내기에 있다는 분석이다.

美 경제주간지 비즈니스위크도 7월14일자 기사에서 닷컴들이 생사의 기로에 서 있으며 현금 고갈 우려에 따라 너나 할 것 없이 감원과 비용절감에 나서고 있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닷컴이 사라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비즈니스위크에 따르면 메릴린치의 애널리스트 헨리 블로젯은 닷컴의 75%가 파산이나 인수합병으로 사라질 것으로 내다봤고 앞으로도 몇 달간은 닷컴의 부침이 계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넷(Net)
이 지금까지 존재하지 않았던 비즈니스를 만들어 내는 기회를 제공하기 때문에 유망 닷컴에는 자금지원이 계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과연 넷은 사라질 것인가. 천만에. 돈 못 버는 무수한 닷컴은 추락하겠지만 ‘넷은 그대로’있을 것 같다.

남승률 기자<namo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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