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신도시 주상복합아파트 청약붐은 '거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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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분양시장을 달굴 것으로 보였던 서울.신도시 주상복합아파트 청약열기가 급속히 식고 있다.

인파가 밀려들던 청약 때와 달리 계약률이 기대 이하로 떨어지자 주택업체들이 당황하고 있다.

일부 업체들은 ▶가수요 집중▶계절적 비수기▶비싼 분양가▶입지에 맞지 않은 설계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고 풀이하고 있다.

이달 초부터 청약을 받아 최근 계약을 끝낸 현대산업의 I스페이스는 1천71가구 분양에 계약률이 50% 정도에 그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아파트는 지난달 30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에 문을 열자마자 밀려든 인파로 모델하우스가 미어터지다시피 했다.

삼성중공업의 미켈란쉐르빌(7백72가구) 역시 청약 당시 열기는 사라지고 계약률이 기대에 크게 못미친 75% 수준에 불과했다.

16일 계약을 마감한 삼성물산과 두산건설의 주상복합아파트도 계약이 다 되지 않아 청약 당시 수십대 1을 넘던 경쟁률을 무색케 했다.

이 때문에 프리미엄도 예상을 크게 밑돌고 있다. 미켈란쉐르빌은 2가구뿐인 92평형만 1억원 가량 (호가 기준) 붙었다.

한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동.층.향이 아주 좋은 50~60평형 대 일부 아파트에만 호가 기준으로 3천만원 정도 붙었고 나머지는 생각할 처지도 못된다" 며 "그나마 매수세가 거의 없어 거래가 잘 이뤄지지 않는다 "고 전했다.

I스페이스 역시 30평형대만 1천5백만~2천만원 정도 웃돈이 붙었고 50평형대 이상은 거의 없는 처지다.

이런 현상을 놓고 전문가들은 실수요자 대신 단기차익을 노린 가수요가 몰려든 게 가장 큰 원인이라고 분석한다.

청약통장이 필요없어 로열층이나 좋은 동(棟)에 당첨됐을 경우 웃돈을 받고 팔려는 가수요만 몽땅 붙었기 때문이다. 실수요자가 많은 30평형대는 대부분 계약됐다.

업계 관계자는 "환경보다 교통과 주거의 편리성을 장점으로 내세우는 주상복합아파트는 도심지에 적합한 상품" 이라며 "쾌적한 환경이 가장 큰 장점인 분당에서 실수요자를 찾기가 힘들 것" 이라고 말했다.

기존 아파트보다 평면과 마감재가 뛰어나긴 하지만 넓고 쾌적한 단지에 비해 상대적으로 주거환경이 떨어진다는 이유에서다.

다른 관계자는 "분양가가 기존 아파트 시세와 같으나 입주 때까지의 금융비용을 포함하면 훨씬 비싸다" 며 "품질에 비해 가격 경쟁력이 떨어지고 입주 후 관리비가 비싼 것도 단점으로 작용했다" 고 지적했다.

지난해 말 인근에서 나온 삼성 로열팰리스의 경우 평당 평균 8백30만원선으로 현재 좋은 물건에만 2천만~5천만원의 웃돈이 붙어 거래되고 있다.

그러나 이번 분양분은 비슷한 조건인데도 평당 평균 9백만원 이상이어서 프리미엄이 더 이상 높아질 수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계절적 비수기에다 한꺼번에 많은 물량이 쏟아진 것도 악재였다. 요즘은 매매가 잘 되지 않을 정도로 '부동산 시장의 '유동성이 좋지 않은 시기다.

현대건설이 서울 양천구 목동에서 최근 내놓은 '하이페리온' 주상복합아파트도 마찬가지. 국내 최고층으로 분양 초기 관심을 모았으나 정작 계약률은 30%에도 못 미치는 것으로 알려졌다.

시설과 기능이 기존 아파트보다 뛰어나지만 분양가가 평당 1천만원이 넘을 정도로 비싼 편이고 주거환경이 비교적 좋다고 알려진 목동단지에서 초고층이 잘 먹혀들지 않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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