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LB] 스타열전 (26) - 알렉스 로드리게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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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애틀의 잠 못 이루는 밤' (Mr. Sleepless in Seattle)

4년 전부터 시애틀의 시민들을 잠을 이루지 못하게 하는 젊은 사나이가 있다.

당시의 시애틀 마리너스의 쟁쟁한 슈퍼스타였던 켄 그리피 주니어(현 신시내티 레즈), 랜디 존슨(현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도 아닌 20세를 갓 넘긴 유격수 알렉스 로드리게스 때문이었다.

훤칠한 키(191cm)와 잘 빠진 몸매, 그리고 잘생긴 얼굴을 지녔고, 그보다 더한 도저히 상상할 수도, 측정할 수도 없는 그의 야구선수로서의 능력은 팬들을 잠 못 이루게 하기 충분하다.

수비의 부담이 많은 유격수로서 최초로(역대 3번째)로 40홈런-40도루를 달성할 정도로 타격의 파워와 주루 능력을 갖춘 선수는 그 이외에는 전무후무하다고 보아도 될 것이다.

그의 놀라운 배트 스피드를 이용한 물 흐르는 듯한 타격에서 뿜어 나오는 엄청난 타구는 호리호리한 체격에서 나오기에 더욱 놀라울 따름이다.

유격수로서의 수비도 약간의 단점이 있기는 하지만, 강한 어깨를 발판으로 안정된 수비를 하고 있는, 그야말로 공·수·주를 완벽하게 갖춘 만능 선수이다.

게다가 그는 어린 나이에도 불구하고 책을 저술하기도 하고, 불우한 어린이들을 위한 장학금 마련과 야구교실을 여는 등, 알찬 인간미도 지녔기에 팬들은 그를 사랑할 수밖에 없다.

1975년에 뉴욕에서 가난한 도미니카 공화국 이주민의 아들로 태어난 알렉스 로드리게스는 야구선수였던 아버지의 영향으로 도미니카에서 야구를 배웠다.

불우한 어린 시절을 보낸 그는 다시 뉴욕으로 이사해 뉴욕 메츠를 열렬히 응원하면서 야구선수의 꿈을 키워 나갔고, 어머니의 가르침으로 어긋남이 없이 자라났다.

고교 때부터 초인적인 천재성을 인정받아 결국 93년에 전미 드레프트 1순위로 시애틀 마리너스에 지명되어, 팀의 끈질긴 설득으로 대학진학을 포기하고 프로에 뛰어들었다.

마이너리그에서 워낙 뛰어난 활약을 펼쳤기에 94년과 95년에 20살도 안된 나이로 빅리그 무대를 간간히 밟을 수 있었다.

본격적으로 시애틀의 주전 유격수로 출장하기 시작한 첫 해(96년)부터 그는 자신이 천재임을 다시 한 번 확인시켜 줬다.

타율 0.358을 기록하여 아메리칸리그 타격왕을 차지했고, 36홈런과 123타점 141득점을 기록하고 도루도 15개나 성공시켰다. 유격수로서 타격왕을 차지한 것은 1944년 이후 처음이었다.

또한 215안타와 장타율 0.631을 기록하여 메이저리그 유격수 사상 최고의 기록을 세웠고, 올스타전에 출전하는 영광도 얻었다.

이러한 활약을 하던 당시의 그의 나이가 고작 21세에 불과했다는 것은 경악할 만한 일이었고, 역사상 어느 21세의 선수도 그러한 활약을 한 일이 없었다.

그러나 아메리칸리그 MVP 투표에서 텍사스 레인저스의 '타점기계' 후안 곤잘레스(현 디트로이트 타이거스)에게 단 3표 차이로 밀려나는 불운을 겪었으며, 당연히 그의 차지가 되었어야 할 아메리칸리그 신인왕도 이미 94-95년에 출전을 많이 하여 자격을 상실하였다.

당시의 신인왕은 그의 절친한 친구이자 라이벌인 뉴욕 양키스의 데릭 지터에게 돌아갔다. 결국 너무나 많은 것을 이룬 그는 유격수 부분 실버슬러거상을 받은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97년에는 사이클링 히트를 기록하고, 3루수로 전향한 '철인' 칼 립켄 주니어(볼티모어 오리올스)를 이어 팬투표로 올스타전에 출전하는 영광을 얻었지만, 시즌 중반 부상 이후로 부진하여 타율 0.300에 26홈런 84타점 29도루로 시즌을 마감하였다.

98년에는 다시 한번 그의 천재성을 유감없이 보여준 한해였다. 88년 호세 칸세코(당시 오클랜드 어슬래틱스)와 96년 배리 본즈(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에 이어 사상 세 번째로 40-40을 달성하여, 역사상 최고의 호타준족의 대열에 이름을 올렸다.

역시 팬투표로 2년 연속 올스타전에 출전했으며, 시즌 최종 성적은 타율 0.310 42홈런 124타점 46도루였다.

99년에는 시즌 초반에 무릎부상으로 30경기가 넘게 결장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새로 옮긴 시애틀의 홈구장 사페코필드에서 맹활약하며 42홈런이나 기록하였다.

장타력에 있어서는 더욱 향상된 모습을 보여준 것이었다. 특히 그 해에는 2000년 시즌이 끝난 뒤 자유계약 선수로 풀리는 그의 트레이드 설이 나와 수많은 팀들이 그에게 처절한 '러브콜'을 보냈고, 언론들도 들끓었었다.

2000년 시즌에도 너무나 당연히 그의 천재성은 이어지고 있다. 올스타 휴식기 이전까지 타율 0.345 24홈런 78타점을 기록하고 있는데, 다만 염려되는 것은 올스타전을 앞두고 LA 다저스와의 인터리그 경기에서 또다시 부상을 당하여 장기 결장을 하게 되지 않을까 하는 것이다.

이렇게 부상을 자주 당하는 것은 그가 너무나 플레이에 열중하여 허슬 플레이를 자주 이루어 내기 때문이다.

그는 비슷한 연배인 아메리칸리그의 유격수 데릭 지터, 노마 가르시아파라(보스턴 레드삭스)와 자주 비교되곤 한다. 이들 모두 유격수로서 뛰어난 타력을 뽐내며 팀의 최고의 스타이기 때문에 로드리게스와 비교가 되는 것인데, 현재로서는 누가 더 낫다 못한다 평가를 내리기는 이르다.

그러나 현대 야구에서 최고의 이벤트인 '홈런'을 양산해 낼 수 있는 장타력에 있어서만큼은 로드리게스가 이들보다 한 수위임인 것만은 틀림없다. 그래서 로드리게스가 이들보다 스포트라이트를 더 받는 것이다.

언론으로부터 '에이로드(A-Rod)'라는 애칭으로 불리는 그는 현역 메이저리그에서 선수로서의 가치가 가장 높은 선수로 평가받는데, 올시즌이 끝나고 자유계약선수로 풀리는 그를 잡기 위해 이미 애틀란타 브레이브스나 LA 다저스는 오래 전부터 장기적인 작전과 계획을 짜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리고 이미 최고의 스타인 켄 그리피 주니어를 잃은 시애틀 마리너스는 또다시 에이로드마저 잃을까봐 전전긍긍하고 있으니, 그야말로 '시애틀의 잠 못 이루는 밤'라는 수식어는 당분간 자주 쓰일 듯 하다.

어쨌든 그가 어느 팀과 계약을 하든 메이저리그 사상 최초로 연봉 2,000만 달러를 넘길 것은 분명한 사실이고, 그만큼 그는 선수로서의 가치가 최고인 선수이다.

과연 그가 메이저리그 사상 최고의 공격력을 지닌 유격수로 영원히 기억될 만큼 활약을 이어나갈지 기대해보자.

알렉스 로드리게스 (Alex Rodriguez)

- 생년월일 : 1975년 7월 27일
- 신장 : 191cm 체중 : 88kg
- 투타 : 우투우타
- 연봉 : 311만 달러
- 소속팀 : 시애틀 마리너스(94)
- 통산성적(7월 12일까지) : 726경기 타율 0.312 172홈런 561타점 900안타 126도루

- 경력

▶96년 아메리칸리그 타격왕
▶98년 메이저리그 사상 3번째 40홈런-40도루 달성
▶실버슬러거상 유격수부문 3회 수상 (96, 98, 99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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