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태원씨 "부하직원 자살로 폭로 결심"

중앙일보

입력

인천국제공항 부실공사및 감리실태를 폭로한 정태원(38)씨는 13일 "상사의 압력으로 뇌물을 받았던 부하직원이 올해 초 스스로 목숨을 끊는 것을 보고 국민의 혈세가 7조원이나 들어간 대형 국책사업이 부실로 전락하는 것을 방관하고 있을 수 없다는 생각에 양심선언을 결심하게 됐다"고 말했다.

정씨가 지목한 부하직원은 CSC 감리단 소속 감리원 노모(27)씨로 노씨는 지난 1월 감리단에 불려가 자신이 시공사인 H중공업의 하도급업체로부터 시공상 문제를 눈감아달라는 부탁과 함께 1천8백여만원을 받았다는 감사원 감사결과에 대한 사실확인 조사를 받은 뒤 하루만인 같은 달 8일 인천국제공항 여객터미널 4층 공사현장에서 나일론 끈에 목을 매 숨진 채 발견됐다.

다음은 정씨와의 일문일답.

- 양심선언을 하게 된 계기는.

▶부실감리가 비일비재한데다 문제점을 지적하는 감리원이 시공업자로부터 폭행 당하는 어처구니 없는 현실 속에서 건축업계 전반의 구조적인 문제를 생각하고 있던 중 지난 1월 나의 부하직원이 상사의 압력으로 뇌물을 받은 뒤 양심의 가책으로 괴로워하다 조사를 받은 하루 뒤 스스로 목숨을 끊는 것을 보고 도저히 보고만 있어서는 안된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 인천공항 공사와 감리의 문제점을 개략적으로 설명한다면.

▶구조적으로 부실감리가 이뤄질 수밖에 없다. 수백 수천곳에 대해 땜빵식 설계변경이 이뤄졌으며 납득이 가지 않는 자재및 시공법 선정을 고집하는등 비리의혹도 있다.

6월 말로 예정된 준공식 날짜에 맞추기 위해 내화자재를 사용해야 할 곳에 합판과 MDF 등 화재에 취약한 자재를 사용해 국제규격은 커녕 상식적으로도 어이가 없는 위험 졸속시공을 해 눈가리고 아웅식 준공식을 마친 뒤 뜯어내고 다시 시공을 해야 하는 등 어처구니가 없는 일이 횡행하고 있다.

- 부실사례는 어떻게 수집했는가.

▶부하직원 노씨의 죽음 이후 내가 직접 감리했던 부분뿐 아니라 공항 전체의 부실사례를 수집하기로 결심하고 남들이 식사하는 점심시간을 이용해 주로 찾아 다녔다. 사진과 비디오 카메라를 이용했다. 그리고 남들의 눈길을 피하기 위해 밤시간을 이용하기도 했다.

- 현재 심경은.

▶신공항 건설사업은 7조원이나 드는 국책사업이고 부실이 전국민의 부담으로 전가되는 상황에서 감리원으로서의 책임감을 느껴 양심선언을 하게 됐지만 내가 3년간 일한 현장의 부실을 실제 시연해 보이려니 너무 가슴이 아팠다. 언론을 통해 모든 진상이 정확하게 알려지고 이후 제도적 보완이 이뤄졌으면 한다.

- 앞으로의 계획은.

▶현재 일하고 있는 직장에서 나를 해고하지 않는다면 여전히 감리업무를 성실히 수행하면서 시민단체들과 함께 건축업계의 구조적 문제를 제기하겠다. (서울=연합뉴스) 임화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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