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마트 경영권 분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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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전자제품 판매업체인 하이마트와 대주주인 유진기업이 경영권 분쟁을 벌이고 있다.

 23일 유진그룹과 하이마트에 따르면 유진기업은 하이마트를 인수할 때 끌어들인 재무적 투자자(FI)의 지분 중 6.9%의 콜옵션 행사를 검토하고 있다.

 이에 대해 2대 주주인 선종구(64) 회장이 임직원들에게 e-메일을 보내 “유진그룹이 경영권을 보장한다는 약속을 지키지 않는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하이마트는 2007년 어피니티에쿼티파트너스(AEP)가 보유한 지분 100%와 경영권이 유진그룹으로 매각됐으며, 지난달 6일 유경선(56) 유진그룹 회장이 하이마트 공동대표로 선임되면서 선 회장과 공동대표 체제가 됐다.

 현재 유진기업의 하이마트 지분은 31.3%, 선종구 하이마트 회장 측은 우리사주 지분까지 합쳐 28%에 달한다.

 선 회장은 e-메일에서 “유진이 경영을 제게 전담하도록 했던 약속을 깨면서 경영 참여를 위한 임시주총과 이사회를 무리하게 여는 등 경영에 간섭해 더는 신뢰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고 주장했다.

 선 회장은 “유진기업은 약 70%에 해당하는 주주들의 이익에 반할 수도 있는 요구를 하고 있다”며 “저와 경영진은 소유 지분의 처분과 거취 문제도 심각하게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 덧붙였다.

 유진그룹이 하이마트를 인수할 때는 선 회장에게 경영을 전담시키겠다고 약속했지만 유 회장이 지난달 공동대표로 올라서고 FI 주식의 콜옵션 행사까지 검토하자 선 회장 측이 반발한 것이다. 이에 대해 유진그룹은 최대 주주로서 책임을 진다는 의미에서 계열사 경영에 동참하는 것은 당연한 권리이자 의무라며 하이마트 측의 반발을 이해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그룹 관계자는 “유진이 최대 주주인데 그쪽에서 경영권에 대해 왈가왈부하는 것은 말이 안 되며, 선 회장에게 경영권 전담을 약속한 적도 없다”며 “그룹 오너가 대표이사를 안 하는 게 문제지 대표이사로 등재되는 게 무슨 문제인지도 모르겠다”고 말했다.

 유진그룹이 콜옵션 행사를 통해 재무적 투자자의 지분을 인수하게 되면 하이마트 지분율은 38% 수준까지 높아진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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