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3사 바다 밑서 ‘심봤다’ 해양 플랜트 사업 비중 늘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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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거제시 장평동 삼성중공업 거제조선소의 고부가가치 드릴십 건조 장면. 이 회사를 비롯해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 등 국내 주요 조선 3사는 심해 유정 개발 능력 등을 갖춘 심해용 특수선박 건조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대우조선해양은 최근 5억 달러(약 5695억원) 규모의 해저 파이프 설치 작업선 두 척을 브라질 오데브레시로부터 수주했다. 길이 146m·폭 30m 규모의 이 배들은 모두 옥포조선소에서 건조돼 2014년 8월까지 인도될 예정이다. 인도 후에는 브라질 국영 석유기업인 페트로브라스에 용선돼 브라질 해역에서 해저 파이프라인과 케이블을 설치하는 작업을 수행하게 된다.

 이 선박의 핵심 설비는 해수면으로부터 최대 2500m 바다 밑까지 작업이 가능한 크레인과 대형 파이프 권취기(Reel·케이블을 감아 올리는 장비)다. 이 회사는 올 5월에도 미국 밴티지 드릴링으로부터 수심 3600~1만2000m 깊이까지 시추가 가능한 드릴십을 수주했다.

 이들 두 종류의 선박 모두 현대중공업·대우조선해양·삼성중공업 같은 한국 메이저 조선 3사가 미래 먹거리로 삼고 있는 서브시(subsea·심해저) 플랜트를 짓기 위한 필수 장비를 갖추고 있다. 심해 유정(油井)에 구멍을 뚫기 위한 드릴십, 유정에서 뽑아낸 기름에서 물·진흙 같은 불순물을 분리하는 세퍼레이션 모듈이 대표적인 서브시 플랜트 핵심 장비들이다.

 이 분야에 한국 조선 3사가 주목하는 이유는 육상과 근해(近海)의 자원이 고갈되면서 심해 유정 개발의 필요성이 커지고 있어서다. 석유와 천연가스는 기존 광구에서 생산되는 양이 점차 감소하고 있는 추세다. 반면 서브시 개발 시장은 폭발적으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식경제부는 관련 시장이 향후 2020년 1800억 달러, 2025년 3000억 달러, 2030년 4400억 달러로 급성장할 것으로 관측했다.

 이윤상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셸·페트로브라스·BP 같은 글로벌 오일 회사들이 심해 개발을 점점 많이 하는 추세며 시장 전망도 좋다”며 “한국 업체들이 드릴십을 제작한 경험이 있기 때문에 그 연장선상으로 심해저 시장에 들어가려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기존 조선회사들의 주력 사업모델인 상선 부문의 발주가 계속 줄어들고 있는 것도 조선사들이 심해로 눈을 돌리는 이유다.

 삼성중공업은 올해 전체 148억 달러 수주금액 중 35% 규모인 52억 달러만이 상선 부문에서 나왔다. 오히려 수주액의 65%에 해당하는 96억 달러는 드릴십·FPSO 같은 해양 부문에서 달성했다. 현대중공업도 올해 수주 절반 이상(57%)이 해양 부문에서 나왔다.

 이런 이유로 남상태(61) 대우조선해양 사장은 올 8월 “지금은 조선·해양에 치중하고 있지만 앞으로 서브시 자원개발·신재생에너지 같은 분야로 진출할 계획”이라고 공개적으로 밝혔다.

 대우조선해양은 서브시 산업 경쟁력 확보를 위해 해양플랜트 관련 연구소를 통합한 ‘중앙연구소’를 만들기도 했다. 현대중공업·삼성중공업도 서브시 플랜트 분야에 집중하기 위한 태스크포스 팀을 운영 중이다.

 문제는 핵심 기술 부족이다. 주요 심해저 플랜트 기술, 장비의 대부분은 여전히 유럽·미국 회사들이 독점하고 있다. 특히 서브시 플랜트 분야는 아커솔루션(Aker Solution), 스테이트오일(Statoil) 같은 유럽 회사들이 장악하고 있다. 업계에선 드릴링 같은 핵심 장비는 모두 해외에서 조달해야 돼 수주 금액의 약 40% 안팎은 고스란히 이들 외국회사로 넘어가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여기에 정부가 당초 약속한 지원 예산도 삭감됐다. 올 6월 출범한 지식경제부 연구개발(R&D)전략기획단이 제시한 내년도 해양 플랜트 산업 지원 예산 154억원은 최근 정부의 예산 문제로 30억원으로 대폭 줄었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서브시 분야는 앞으로 한국 조선 업체들이 중국에 경쟁 우위를 갖기 위해서라도 꼭 차지해야 할 산업”이라고 강조했다.

채승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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