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넘는 고금리 … 질 나쁜 가계대출 늘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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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직장인 정모(35·여)씨는 지난달 말 기업은행에서 마이너스통장을 만들려다 포기했다. 대출금리가 연 11%나 됐기 때문이다. 그는 “아무리 담보 없는 신용대출이라지만 예상보다 금리가 너무 높아 놀랐다”고 말했다.

 은행 가계대출 중 연 10%가 넘는 고금리 대출 비중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가계대출 규제가 강화되면서 은행들이 대출금리를 올려 받고 있기 때문이다.

 23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9월 은행의 가계대출 중 금리가 10%를 넘는 대출이 3.8%를 차지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8년 11월 4.3% 이후 최고치다. 올 상반기까지 고금리 대출 비중은 2%대 중반에 머물렀지만 8월엔 3.2%, 9월엔 3.8%로 껑충 뛰었다.

 이에 비해 4% 미만의 저금리 가계대출은 줄어들다 못해 거의 자취를 감췄다. 지난해 12월만 해도 가계대출 중 9.4%가 금리 연 4% 미만이었지만, 9월엔 이 비율이 0.6%에 그쳤다. 이에 따라 은행권의 전체 가계대출 금리는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가계대출 평균금리는 7월 이후 두 달 연속 상승해 9월엔 5.66%를 기록했다. 특히 고금리 대출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일반 신용대출의 평균 금리는 지난 6월 7.53%에서 9월엔 8.27%로 껑충 뛰었다.

 고금리 대출이 8월 이후 크게 늘어난 건 은행들이 가계대출을 조이기 위해 각종 우대금리를 없애는 등 대출금리를 올렸기 때문이다. 지난 8월 금융당국이 가계대출 규제를 강화한 데 따른 조치다. 문제는 대출금리가 상승세를 이어가면 고금리로 대출받은 서민들의 이자 부담이 커진다는 점이다.

금융연구원 이규복 연구위원은 “가계대출 수요를 억제하려면 가격(대출금리)을 올리는 것도 필요한 게 사실”이라며 “다만 기존 대출자들의 충격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그 속도를 조절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애란 기자

◆가계대출 규제=금융당국은 지난 6월 말 ‘가계부채 연착륙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여기엔 가계부채 증가율을 5년간 평균 국내총생산 성장률(7%)보다 낮게 유지한다는 가이드라인이 담겼다. 가계대출이 계속 늘자 금융위원회는 지난 8월 주요 은행 임원들을 소집해 이 가이드라인을 지킬 것을 재차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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