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가쁜 CPU 업그레이드 전략 발목 잡힌 인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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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대의 컴퓨터 제조업체들과 소비자들은 인텔이 칩을 너무 빨리 업그레이드한다고 비판한다.

세계 최대의 컴퓨터 제조업체들은 인텔이 하이엔드 800MHz 펜티엄 III 제온(Xeon) 프로세서 발표 계획을 포기하도록 압력을 가해왔다. 아직까지는 이 칩이 업그레이드를 해야 할 만큼 충분한 성능 향상이 이뤄지지 않았다는 것이 그 이유다.

OEM 업체들은 인텔이 빠른 속도로 칩을 계속 업그레이드하려고 노력해왔던 점을 비난하고 있다. 사용자들도 컴퓨터 제조업체들이 새로운 프로세서가 발표될 때마다 구형 프로세서에 대한 지원을 갑자기 중단하는 것 역시 비난받아야 한다고 지적한다.

뉴욕의 로위 맥아담스 헬스캐어(Lowe McAdams Healthcare)의 IT 담당 이사는 "컴퓨터 제조업체들에 대해 갖는 불만 중 하나는 일부 시스템의 짧은 수명"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꽤 괜찮은 시스템을 하나 구입하고 난 후 4개월 뒤 다시 구입처를 찾아가 보면 그 제품을 더 이상 취급하지 않고 있다는 것에 분노하게 된다고 말한다.

소식통에 따르면 컴팩 컴퓨터의 경영진 중 한 사람이 인텔을 설득해 이번 칩을 포기하도록 설득했다고 하는데, 그는 이런 결정을 칭찬했다.

휴스턴에 있는 컴팩 산업표준 서버 그룹(Industry Standard Server Group) 부사장인 폴 샌텔러는 "컴팩은 인텔이 2001년 초에 출시할 좀 더 강력한 900MHz 프로세서를 기다리는 대신 800MHz 프로세서를 포기한 결정에 박수를 보낸다"며 "이는 우리의 기업 고객들이 서버 배치에 있어서 안정성과 긴 수명을 선호한다는 사실을 반영해준다"고 말했다.

델 컴퓨터 역시 인텔이 이번 분기에 발표하기로 예정된 800MHz 칩을 철회하도록 촉구했다. 인텔 대변인 오토 피커는 "OEM 업체들로부터 서버 시장에서는 튜닝 및 품질 보장을 위해 좀 더 충분한 시간을 필요로 한다는 사실을 배우게 됐다"고 털어놨다.

700MHz 제온보다 획기적 성능 향상 어렵다

800MHz는 인텔의 700MHz 제온에 이어 나올 예정이었다. 700MHz 제온은 지난 5월 한정 수량만 보급됐다. 0.18 미크론 제조공정을 사용해 만들어진 700MHz 제온은 1MB 내지 2MB의 대형 레벨 2 온다이(on-die) 캐시와 쌍을 이루는 펜티엄 III 코어가 특징이다. 또 700MHz 제온은 클럭 속도도 훨씬 빨라졌고 레벨 2 캐시를 지원해 500MHz에 비해 상당한 성능 향상을 이뤘다. 700MHz 칩은 0.25 미크론 제조공정에서 0.18 미크론 제조공정으로의 전환을 이룩한 셈이다.

인텔은 700MHz보다 더 빠른 클럭 스피드로 제온 프로세서를 생산하지만, 이 칩들은 캐시 크기가 작아 1-웨이(CPU 하나 장착)나 2-웨이(CPU 2개 장착) 서버 및 워크스테이션 같은 로우 엔드 시스템에서 사용되도록 고안됐다.

인텔은 800MHz 칩 생산의 철회는 이 프로세서에 어떤 문제가 발생했기 때문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피커는 "800MHz 칩 생산은 진행중에 있었고 분명히 700MHz에 비해 성능이 향상됐을 것이다. 하지만 OEM 업체들이 원하는 두 자리 숫자의 성능 향상은 이루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 애널리스트는 인텔이 800MHz 칩을 건너뛴 이유를 이해할 수 있다고 말한다. 마이크로프로세서 리포트(Microprocessor Report)의 편집장 케이쓰 디펜도르프는 "사람들은 이런 일들에 대해 제대로 파악하기 어렵다. 비록 800MHz 칩을 포기하길 원했다 하더라도, 실제 그렇게 했을 때 다소 의심스럽게 생각되기도 한다. 또 한편으로는 그게 합당한 변명인지도 모른다. 서버 시장에서는 제품을 지나치게 빨리 바꾸면 이에 반발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기 마련"이라고 말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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