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 잡은 유승민·김혁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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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2면

20년 만에 한 팀으로 만난 남북 탁구가 국제 탁구 친선대회 ‘피스 앤드 스포츠컵’에서 주인공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다.

 남자 복식조를 이룬 남측 유승민(29·삼성생명)-북측 김혁봉(26)은 22일 오전(한국시간) 카타르 도하에서 열린 ‘피스 앤드 스포츠컵’ 공식 만찬에서 하이라이트를 장식했다. 윌프레드 렘케 유엔 사무총장 체육 특별보좌관이 공식 만찬 연설을 했는데, 그는 연설을 마친 후 기념촬영을 할 선수로 유승민과 김혁봉을 지목했다. 분단된 남북한의 선수들과 나란히 사진을 찍으면서 ‘탁구로 평화를 이야기하는’ 이번 대회의 취지를 보여주겠다는 뜻이었다. 유승민과 렘케, 김혁봉이 활짝 웃으면서 찍은 사진은 국제탁구연맹(ITTF) 메인뉴스 페이지를 장식했다.

 이번 대회에서는 남북한 외에 대표적인 분쟁국인 인도-파키스탄, 미국-러시아 선수들이 짝을 이뤄 복식 챔피언을 가린다. 우승상금은 총 10만 달러(약 1억1400만원)다. 유승민-김혁봉이 남자 복식, 남측 김경아(34·대한항공)-북측 김혜성(17)이 여자복식 1번 시드를 받아 모두 4강에 직행했다. 남북이 탁구에서 한 팀을 이룬 건 1991년 지바 세계탁구선수권대회 이후 20년 만이다.

 대한탁구협회 전무이사 자격으로 도하를 찾은 현정화(42) 전무 역시 화제를 모으고 있다. 현 전무는 91년 지바 세계선수권 때 선수로 참가해 ‘코리아팀’의 여자 단체전 우승에 한몫했다. 이번 대회에서는 이정식 북한 감독과 함께 ‘코칭스태프 단일팀’을 이뤘다. 현 전무는 이 감독과 함께 선수들의 훈련을 꼼꼼히 체크하며 지도했고, 경기에서는 코치로 나서기로 했다. 그는 첫 훈련을 지켜본 뒤 “기대했던 것보다 선수들의 호흡이 좋다”고 했다. 20년 전 코리아팀이 그랬듯이 “여자팀이 특히 잘 맞는다”고도 했다.

  이은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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