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비도 사이버논쟁 동참하겠다"

중앙일보

입력

계간 〈창작과비평〉편집인이자 중진 문학평론가인 백낙청(62.서울대)교수가 사이버논쟁에 적극 참여하겠다고 선언하고 나섰다.

사이버논쟁의 활성화를 주장해온 젊은 평론가나 네티즌들의 요구에 대해 주요 문예출판사나 중진 문인들은 지금까지 대개 침묵하거나 외면해왔다.

이런 상황에서 백교수의 선언은 기존의 관행을 깨는 새로운 움직임으로 문단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백교수는 5일 창작과비평사 홈페이지(changbi.com) 자유게시판에 〈편집인의 글(1)〉이란 제목으로 올린 글에서 "사이버공간의 가능성을 적극 활용, 창작과비평다운 열린 마당을 이룩할 수 있도록 하겠다" 며 "편집인으로서 매월 글을 올리겠으며, 다른 편집위원들도 글을 자주 올릴 것" 이라고 밝혔다.

그는 자유게시판에 창작과비평사를 비난하는 글이 많은 현실과 관련, "자유게시판이 평온해지기를 기다리는 것 자체가 사이버공간을 대하는 올바른 태도가 아니다. 거의 모든 것이 자율에 맡겨지는 사이버세상의 특성은 이제 하나의 새로운 현실이다. 이를 인정하면서 그 가능성을 활용하는 적극적 자세가 필요하다" 고 밝혔다.

익명이라는 특수성에서 즉흥적이고 공격적인 비난이 난무했기에 선듯 공개토론에 나서기를 꺼렸으나 사이버 공간의 가능성에 주목해 적극적인 참여로 입장을 바꾸었다는 설명이다.

그는 이어 "익명성이라는 특성으로 더러 과격한 글도 있지만, 이 역시 잘만 하면 사이버공간의 매력이자 활력소가 될 수 있다.

최선을 다해보자는 것이 저와 창작과비평사 동료들의 다짐이다. 그러나 성패는 물론 네티즌 여러분에게 달렸다" 며 네티즌들의 성숙한 자세를 당부했다.

그동안 젊은 문학평론가들을 중심으로 한 네티즌들은 '사이버 토론활성화' 를 주장하면서 일부 문예출판사가 자유게시판을 폐쇄한 것을 강하게 비판해왔다. 이런 상황에서 창작과비평사가 적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나오자 크게 환영하는 분위기다.

평론가 이명원(31)씨는 자유게시판에 올린 〈백낙청선생님께-창비의 전향적 태도에 박수를 보냅니다〉라는 제목의 글에서 "선생님이 올린 의견을 보고 상당히 기분좋은 충격을 받았습니다.

내용을 보니 이 충격이 오래도록 계속될 것 같은데, 창비의 이같은 전향적 인식이 변치않기를 기대하겠습니다" 라고 밝혔다.

다른 한 익명의 필자는 〈반갑습니다. 백선생님〉이란 글에서 "선생님이 사이버공간에 글을 쓰기 시작했다는 사실의 의의는 아마 선생님이 예상하시는 것보다 훨씬 클 것입니다" 라며 환영했다.

그는 또 "인터넷의 쌍방향성과 즉시성이라는 특징이 강한 만큼 매월 한번 이상 보다 더 자주 더 적극적으로 참여해주길 바랍니다" 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백교수는 이같은 반응에 대해 "그동안 특별히 외면했다기보다 여력이 없었고, 개인적으로 컴퓨터와 별로 친하지 못해 소홀했던 점이 있었다. 그러나 편집진들과 논의하는 과정에서 그래서는 안되겠다고 의견이 모아져 번갈아가며 글을 올리기로 했던 것이다. 창비에 대한 기대가 크다는 점을 잘 알고 있다" 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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