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뷔 1년 반 만에 콘서트 매진 … 앙코르 행진 인디밴드 십센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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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센치는 12월 2~4일 앙코르 콘서트를 끝으로 휴식기에 들어간다. “많이 쉬면서 다음 앨범을 준비하겠다”고 했다. 왼쪽부터 윤철종(기타·코러스)·권정열(보컬·젬베).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다음은 인디밴드 10㎝(십센치)의 사용 설명서입니다. 이 설명서를 읽지 않아 생기는 고장에 대해선 책임지지 않습니다.

 ◆사용하기 전에=기본 사양부터 숙지하시기 바랍니다. 십센치는 지난해 4월 EP(미니)앨범을 내면서 데뷔했습니다. 멤버는 둘입니다. 먼저 1983년생 권정열. 키 171㎝, 보컬과 젬베(아프리카 타악기)를 맡고 있습니다. 다음은 1982년생 윤철종. 키 181㎝, 기타와 코러스를 담당합니다. 둘의 키 차이는 딱 10㎝. 그래서 팀 이름이 ‘십센치’입니다.

 이름이 낯설더라도 이 노래는 들어봤을 겁니다. ‘아메리카노 좋아 좋아 좋아 / 어떻게 하노 시럽 시럽 시럽~(‘아메리카노’)’ 이런 노래도 있습니다. ‘내 몸엔 팬티 스타킹 오감이 찌릿찌릿 / 오늘 집에 가면 거울 앞에 비추어 봐야지~(‘킹스타’)’

 튀는 노랫말과 매끈한 어쿠스틱 선율이 십센치의 특징입니다. 첫 EP를 내자마자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고, 올 초 발매한 1집 앨범은 3만 장 이상 팔렸습니다.

 ◆사용하기=권정열과 윤철종은 캐릭터 차이가 또렷합니다. 정열은 거침 없이 말하고, 철종은 그런 정열을 다독이는 편입니다. 15일 둘과의 인터뷰를 통해 내린 결론은 이렇습니다. 두 사람을 각각 다른 모드로 접근할 것.

 ①권정열 모드=가수 윤도현은 정열의 목소리를 “야하다”고 표현했는데, 틀린 말이 아닙니다. 끈적끈적 감기는 그 목소리는 지금껏 우리 가요계에서 찾아보기 힘들었습니다. 십센치가 데뷔 1년여 만에 스타로 성장한 데엔 목소리의 매력도 큰 몫을 했습니다.

 올 여름 방영됐던 MBC ‘무한도전-서해안고속도로가요제’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이 방송에선 십센치가 방송인 하하와 짝을 이뤄 ‘죽을래 사귈래’ 등을 히트시켰죠. 방송 직후엔 십센치의 전국 투어 콘서트가 이어졌는데, 연일 매진이었습니다. 십센치가 급성장해온 1년 6개월 새 어떤 변화가 있었을까. 권정열과 Q&A입니다.

 -돈 많이 벌었나.

 “졸부의 삶을 살고 있다. 행사비가 작년에 비해 10배 이상 올랐다. 월세 방을 전세로 옮겼다. 어딜 가면 사람들이 자꾸 아는 척을 해서 성가실 때가 많다.”

 -성공할 줄 알았나.

 “알았다. 솔직히 이 정도까지는 아니지만 자신감은 항상 있었다. 무한도전 덕도 있다. 예능에 나갈 생각은 없었지만 음악을 만든다기에 출연했다. 인지도가 엄청 올랐다.”

 -기획사엔 왜 안 들어갔나.

 “회사에 도움 받을 일이 없다. 우리가 고생해서 음악을 만들었는데 왜 회사와 수입을 나눠야 하나. 억지로 홍보하지 않아도 음악이 좋으면 알려지게 돼 있다. 요즘처럼 인터넷·SNS가 발달된 시대엔 입소문이 더 중요하다. 십센치 음악도 그렇게 알려졌다.”

 ②윤철종 모드=윤철종은 십센치 음악의 기둥입니다. 기타와 코러스로 정열의 목소리를 뒷받침 합니다. 윤철종과 Q&A.

 -1년 새 뭐가 달라졌나.

 “정열이가 졸부의 삶이라면, 나는 근검절약의 삶이다. 예전부터 꿈꿨던 삶을 계획에 맞게 차근차근 꾸며가고 있다.”

 -바빠졌겠다.

 “우리가 30억 이상 벌었다는 소문도 있던데 절대 아니다. 편안하게 좋은 음악 만드는 게 우리 목표다.”

 ◆관리하기=십센치는 다음 달 2~4일 서울 한남동 블루스퀘어에서 앙코르 콘서트를 펼칩니다. 십센치 본연의 어쿠스틱 음악을 강화했답니다. 요즘 선배 가수들 사이엔 “십센치가 인사를 잘 안 한다”는 말이 돈다고 합니다. 하지만 오해일 가능성이 큽니다. 정열은 “모르는 분에게 먼저 말 거는 게 부끄러웠다”고 해명합니다.

 십센치를 관리하며 듣기 위해선 이런 특성을 잘 이해해야 합니다. 분명 스타덤에 올랐는데도 “우리는 연예인이 아니라 뮤지션”이라고 말하는 이들입니다. 십센치에게 무리한 충격을 가하진 마십시오. 경북 구미에서 올라온 두 청년은 쑥스러움은 많지만, 음악만큼은 독하게 만들어내는 뮤지션입니다.

글= 정강현 기자
사진=권혁재 사진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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