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기자 김성룡의 사각사각] 햇살 품은 덕수궁 돌담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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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빛을 오롯이 품에 안은 덕수궁 돌담길을 걸어보신 적이 있으신가요? 돌담길을 자주 와보신 분이라도 그런 날은 많지 않을 겁니다. 양쪽으로 높은 담이 서 있어 늘 그늘진 이 길은 해가 가장 높이 떠 있는 한낮에만 잠깐 빛을 받아들이기 때문입니다.

 광화문이나 명동에 취재를 나갔다 회사로 돌아올 때면 전 늘 이 길을 걷습니다. 봄엔 연둣빛 신록이 아름답고, 가을엔 발에 밟히는 낙엽과 알록달록 단풍이 예쁜 길입니다.

 날이 조금 쌀쌀해진 11월 어느 날, 여느 때처럼 돌담길을 걸어 회사로 가는 길에 만난 풍성한 햇빛은 그 시간, 그 길에 있던 모든 이에게 축복이었습니다. 모두 손에 든 카메라로 그 시간을 기록하기에 여념이 없습니다. 길을 가던 점잖게 생긴 한 중년 신사도 연신 휴대전화 카메라로 그 길을 담습니다. 그리고 잘 찍혔는지 확인하고는 흡족한 표정을 지으며 가던 길을 갑니다. 11월의 쌀쌀한 바람조차 열지 못한 중년의 마음을 따사로운 햇살이 열었나 봅니다.

 이번 주말 덕수궁 나들이 어떠세요? 햇빛 품은 돌담길을 걸으며 꽁꽁 닫아 두었던 마음속 빗장도 활짝 열고요. 이제 곧 겨울과 임무교대를 할 가을에 마지막 인사도 하고요.

김성룡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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