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란 세례 받은 클린턴 “이게 바로 민주주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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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린턴 미국 국무장관이 16일 마닐라에서 연설하던 중 머리카락이 바람에 날려 얼굴을 가리고 있다. [마닐라 AP=연합뉴스]

미국과 필리핀의 상호방위조약 체결 60년을 기념하기 위해 필리핀을 방문한 힐러리 클린턴 미국 국무장관이 이에 반대하는 시민들에게서 봉변을 당했다. 클린턴 장관은 “이것이 바로 민주주의”라며 웃어넘겼다.

 16일(현지시간) 오후 수도 마닐라에서 40~50명 정도 되는 시위대가 클린턴 장관 일행이 탄 차량 행렬에 계란과 페인트볼을 던졌다고 미국 워싱턴 포스트(WP) 등이 이날 보도했다. 당시 클린턴 장관은 베니그노 아키노 필리핀 대통령을 만난 뒤 이동 중이었다. 풍선 안에 페인트를 넣어 만든 페인트볼 가운데 하나는 선두 차량에 명중했고, 보닛과 앞유리에 빨간 얼룩이 퍼졌다. 뒤이어 대학생 기자와 블로거들과 함께 한 타운홀 미팅에서는 갑자기 한 학생이 포스터를 들고 일어나 목소리를 높였다. 미군 부대와 군함이 필요에 따라 필리핀 영토에 드나들 수 있도록 한 주둔군지위협정(VFA)을 비난한 이 학생은 “쓰레기 같은 미 제국주의”라고 외치다 경호원에게 끌려나갔다.

 하지만 클린턴 장관은 불쾌한 기색을 내비치지 않았다. 사회자가 기습시위에 대한 의견을 묻자 “이런 일에는 익숙하다”며 “모든 사람은 다른 이들과 다른 자신의 의견을 표현할 권리가 있고, 이것이 바로 민주주의의 핵심”이라고 말했다. 또 “필리핀은 매우 생기 넘치는 민주주의 국가”라며 “필리핀 국민들은 거리낌 없이 자신의 뜻을 표현하곤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현지 방송사가 주최한 이날 행사에서는 클린턴 장관을 향해 질문 공세가 이어졌고, 그는 개인적인 내용까지 망설임 없이 답했다. 지갑 안에 무엇이 들었는지 묻는 질문에 화장품과 블랙베리, 온갖 종류의 종이가 들어 있다고 답했다. 또 아이패드에 어떤 음악을 넣어 듣고 다니는지 묻자 클래식과 자신이 어렸을 때 즐겨 들었던 비틀스·롤링 스톤스·더 후·도어스 등의 음악이라고 말했다.

유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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