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LB] 차세대 에이스 (4) - 존 갈란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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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8년 시즌 중반 새미 소사와 신인인 케리 우드의 활약으로 내셔널 리그 중부지구 돌풍의 팀이었던 시카고 컵스는 10년만에 포스트 시즌에 진출을 눈앞에 두고 있었다.

팀은 불펜 보강을 위해 시즌 중반에 시카고 화이트 삭스로부터 구원투수 맷 카치너를 받고 대신에 전년도 1라운드 지명자였던 선수를 보내는 파격적인 트레이드를 단행했다.

모든 사람들은 이 트레이드를 장기적인 안목에서 컵스의 커다란 실수라고 생각했고 2년이 지난 지금 결과적으로 맷 카치너가 이제 어느 팀에서 뛰고 있는지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으며 컵스는 내셔날 리그 중부지구에서 꼴찌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반면에 팔려간 그 선수는 1년만에 화이트 삭스의 최고의 유망주가 되었다. 바로 그가 마이너에서 가장 뛰어난 싱커를 던지는 우완투수인 존 갈란드이다.

97년 드래프트에서 1라운드 10위로 시카고 컵스에 입단한 존 갈란드는 그해 입단한 선수중에 나이는 가장 어렸지만 뛰어난 체격과 구질로 시애틀에 입단한 라이언 앤더슨, 세인트 루이스의 릭 엔킬과 함께 가장 주목받던 고졸 출신 투수였다.

입단 후 반년동안 뛴 루키리그에서 2점대의 방어율을 기록하면서 성공적인 프로 생활을 시작하는 듯 보였던 갈란드는 98년 풀 시즌 첫해에 끔찍한 시련을 겪게 된다.

급격한 체력저하로 인해 소위 '데드암 시기'라고 불리는 슬럼프를 맞게 된 것이다. 95마일까지 나왔던 직구는 80마일대로 스피드가 뚝 떨어졌고 변화구도 각을 잃어 난타 당했다.

결국 시카고는 1년만에 그에 대한 기대를 버렸고 그를 화이트 삭스로 보내버렸다. 트레이드 후에 화이트 삭스는 그의 어깨와 건강으로 고려해 그에게 많은 이닝을 던지게 하지 않았고 시즌을 일찍 마치게 했다.

그리고 작년에 그는 빠르게 회복하기 시작했다. 직구는 다시 최고 96마일까지 나왔고 경기내내 꾸준히 90마일을 넘었다. 또다른 무기인 커브도 위력을 되찾았다. 그리고 그의 새로운 주무기가 된 싱커를 본격적으로 던지기 시작했다.

작년 그는 싱글 A 윈스턴 살렘에서 3.33의 방어율을 기록했고 119 이닝동안 단지 39개만의 사사구를 허용했다. 그리고 시즌 중반에 더블 A로 올라가 3승 1패를 기록했고 시즌 마지막 경기였던 트리플 A 월드시리즈에선 선발로 등판해 7과 2/3이닝동안 무실점으로 호투하면서 팀(샬럿 나이츠)이 우승하는데 큰 공헌을 하였다.

그리고 갈란드가 올해 스프링 캠프에서 뛰어난 활약을 보여주자 화이트삭스는 올시즌 그를 더블 A 대신에 트리플 A에서 뛰게 했고 20살의 어린나이에 현재까지 트리플 A에서 다승 1위 방어율 2위로 보스턴의 토모카즈 오카와 함께 인터내셔날 리그 투수들 중에 가장 뛰어난 성적을 거두면서 팀의 기대에 부응하고 있다.

원래 포심과 투심 두가지 종류의 직구를 던지던 갈란드는 컵스 시절에 주로 포심 패스트볼 만을 던졌지만 화이트삭스로 온 후에는 뛰어난 싱커인 투심 패스트볼의 위력을 알아차린 투수코치의 권유로 이제는 투심을 주로 던지고 있다.

그가 던지는 92마일 짜리 싱커는 이제 전문가들이 케빈 브라운과 비교할 정도로 위력적인 구질로 평가받고 있다.

뛰어난 싱커 덕분에 그는 작년 플라이/땅볼 비율이 1/3이 넘었고 다른 어떤 투수들 보다도 타자의 배트를 많이 부러뜨렸다. 그리고 싱커를 던지는 다른 투수들과 달리 제구력도 좋아서 사사구도 많지 않다.

탈삼진 비율이 그리 높지는 않지만 스트라이크 존 아래쪽을 공략하는 싱커 투수에게는 그리 걱정할 바가 아니고 대신에 그는 올시즌 100이닝동안 단 세개의 홈런만을 허용했을 만큼 장타를 많이 허용하지 않는다.

커브를 주로 던지던 그는 작년 후반기부터 우타자를 위해 슬라이더를 던지기 시작했고 작년에 그를 괴롭혔던 좌타자들을 상대하기 위해 계속해서 체인지업을 배우고 있다. 또 큰 키에 비해 비교적 좋은 투구폼도 가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올시즌 메이저리그에서 가장 예상치 못했던 사건으로 바로 시카고 화이트삭스의 돌풍을 꼽고 있다. 그동안 화이트 삭스가 팀의 리빌딩을 잘 진행시켜 왔고 팀에 재능있는 선수들이 많긴 하지만 아메리칸 리그 중부지구의 왕좌는 당연히 클리블랜드의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난 몇 년간 화이트 삭스가 해온 트레이드를 잘 살펴본다면 지금의 성공은 바로 현명한 트레이드의 결과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많은 투자에도 불구하고 계속된 성적 하락에 구단은 97년이후에 팀을 젊은 선수들로 새로 꾸미기 위해 노장들을 내보내는 많은 트레이드를 했고 신인 드래프트에서 좋은 선수를 뽑고 팜을 강화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그 결과 이제 팀은 아메리칸 리그에서 가장 젊지만 가장 뛰어난 성적을 거두고 있는 팀이 되었고 팜에도 존 갈란드 비롯해 아론 마이에트, 킵 웰즈, 로렌조 바르셀로 등 좋은 투수들과 타자들이 넘치고 있다.

팜이 강한 팀은 어리석은 트레이드를 하지 않는 한 쉽게 무너지지 않는다. 앞으로 이들은 화이트삭스를 계속해서 2000 년대를 이끌 젊고 강한 팀으로 만들 것이다.

존 갈란드 (Jon Garland)

- 시카고 화이트삭스
- 우완투수
- 우투우타
- 1979년생
- 195cm, 93k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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