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반도체업체, 속속 설비투자 확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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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반도체 업체들이 앞다퉈 설비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미쓰비시 전기는 5일 금년도 반도체 투자액을 총 1천500억엔으로 500억엔을 늘리기로 했다고 발표했으며, 일본 최대 반도체 메이커인 NEC도 200억엔 가량 증액할 것으로 알려졌다.

도시바, 히타치제작소, 후지쓰 등을 포함한 일본의 5대 반도체 업체의 금년도 설비투자액은 총 9천억엔을 넘어서며 사상 최고를 기록하고 있다. 일본 반도체 업체의 투자확대는 휴대전화와 디지털 카메라 등이 예상 이상으로 급속히 보급됨에 따라 공급 부족이 심각한 플래시 메모리 등 제품의 증산을 서둘고 있기 때문이다.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신문에 따르면 미쓰비시전기는 주력인 아이치 현의사이죠시 공장에 500억엔을 투입, 폭 0.18마이크로미터(마이크로는 백만분의1)의 최첨단 미세가공 라인을 신설, 내년 봄 가동에 들어갈 계획이다.

생산능력은 월 1만5천장(8인치 웨이퍼 기준)으로, 플래시 메모리와 S램을 하나의 칩에 탑재한 휴대전화용 메모리 제품과 함께 디지털 카메라, DVD(디지털 비디오 디스크) 기기용 반도체를 양산하게 된다. NEC는 금년도에 당초 2천억엔의 반도체 투자를 예정했으나 내년도분 투자를 앞당겨 200억엔을 증액할 방침이다.

휴대전화 등에 탑재되는 무선신호를 처리하는 범용 반도체와 디지털 가전품용 반도체를 생산할 계획이다. 또 후지쓰는 지난 4월 종전 1천600억엔에서 400억엔을 늘리기로 했다고 밝힌 바있다.

반도체 투자는 시황이나 수급관계를 주의깊에 지켜보면서 계획을 변경하는 것이 일반적으로, 연도 시작 3개월도 안된 상태에서 잇따라 계획을 수정하고 있는 것은 극히 이례적인 일이다. 일본의 반도체 업계는 지난 수년동안 공장폐쇄 등 구조조정을 우선, 투자를 억제해왔으나 구미와 아시아의 경쟁업체들이 적극적인 확대노선을 취함에 따라 투자격차가 확대되고 있는 데다 반도체 시장의 저변이 급속히 확대됨에 따라 자세를 전환한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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