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송지만 "배그웰 타격폼 배워"

중앙일보

입력

현역시절 거포의 대명사였던 김응룡 감독(해태)은 김성한 코치의 '오리궁둥이 타법' 을 "할 수만 있다면 가장 이상적인 타격폼" 이라고 칭찬했다.

방망이를 뒤로 누인 채 체중을 뒤로 빼고 왼발 스트라이드와 방망이의 테이크백 없이 치는 타격 요령이 확률에서 앞선다는 것이다.

스트라이드를 통해 힘을 모아 체중을 이동하고 테이크백이 클 경우 파워는 좋아질 수 있지만 몸을 움직이는 동작이 커 그만큼 정확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었다.

5일 현재 홈런 단독선두(25개)로 나선 송지만(한화.사진)의 특이한 '기마자세 타격폼' 은 김응룡 감독의 이론에 가장 맞아떨어진다. 송은 두 다리를 어깨 넓이보다 약간 넓게 벌리고 그대로 자세를 낮춘다.

송은 이 자세에서 앞발 스트라이드 없이 배트 스윙으로만 힘을 모아 담장을 넘긴다.

하체가 탄탄하고 임팩트 순간 힘을 모으는 능력이 탁월하며 배트 스피드가 무척 빨라야 가능한 자세다.

송은 2년전부터 다른 선수들보다 2배가 넘는 웨이트 트레이닝을 계속해 하체가 무척 강해졌고 손목 파워도 눈에 띄게 늘었다.

1m77㎝의 단신이라 큰 폴로스루가 불가능하지만 '때리는 힘' 이 워낙 좋아 비거리가 충분히 나온다.

송은 메이저리그 기마자세의 대명사 제프 배그웰(휴스턴 애스트로스)의 타격폼에서 힌트를 얻어 황병일 타격코치와 함께 타격폼을 완성시켰다.

여기에다 도끼로 내려찍는 듯한 '촙 다운(chop down)' 스윙을 몸에 익혀 불필요한 동작을 최소한으로 줄였다.

힘에 자신이 있으니까 볼이 바짝 다가올 때까지 기다린 뒤 군더더기 없는 스윙을 할 수 있어 정확성이 향상됐다.

지난해 홈런왕 이승엽(삼성)은 "나는 다른 홈런타자들에 비해 손목힘과 파워가 약하기 때문에 온몸을 이용해 때리는 외다리 타법을 쓸 수밖에 없다" 고 어려움을 털어놓은 바 있다.

송지만은 이승엽이 부러워하는 손목힘과 파워를 앞세워 홈런 레이스에 뛰어들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