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거장 래틀·아슈케나지, 한국 팬에게 더 가까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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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베를린 필하모닉의 리허설에 한국 청소년들을 초대한 지휘자 사이먼 래틀(왼쪽)과 서울대 음대 학생들에게 러시아 교향악의 노하우를 전수한 지휘자 블라디미르 아슈케나지.

래틀은 부산 소년의집 아이들과, 아슈케나지는 서울대 음대 학생들과-. 한국을 찾은 세계적 지휘자들의 15일 일정이다. 한국 공연을 위해 방한한 이들이 음악의 문을 한껏 넓혔다.

 베를린 필하모닉(베를린필)을 이끌고 3년 만에 내한한 사이먼 래틀(56)은 이날 오후 8시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열린 공연 두 시간 전, 오케스트라 연습에 우리 청소년 200명을 초대했다. 부산 소년의집 오케스트라, 온누리 사랑의 체임버 오케스트라 등 초·중·고·대학생이었다.

 악기를 다루는 보육시설의 아이들, 음악을 공부하기 시작한 지적장애 학생 등이 베를린필의 연습을 보기 위해 모였다.

래틀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최대한 많은 사람이 듣고 행복해지는 게 중요하다. 모든 인간에겐 물과 공기처럼 음악이 꼭 필요하기 때문”이라 말했다. 래틀은 “베를린에서는 오케스트라 연습 30여 분 전, 단원들이 무대에서 악기를 준비하는 모습까지 어린 학생들에게 공개하고 있다. 과정까지 보여줘서 음악적 감흥을 더 많이 느끼게 하고 싶기 때문이다. 음악이라는 바이러스를 널리 퍼뜨리는 것이 나의 목표”라 했다.

 한편 이날 오후 1시엔 시드니 심포니의 지휘자 블라디미르 아슈케나지(74)가 서울대 음대 학생들과 시간을 보냈다. 학생 70여 명으로 구성된 오케스트라에 교향악의 노하우를 전수하는 시간이었다. 아슈케나지는 피아니스트로 세계 3대 콩쿠르를 휩쓰는 ‘전설’을 남긴 후 1970년대부터 지휘봉을 잡은 거장이다.

 그는 “높은 음악적 수준으로 세계를 놀라게 한 한국 음악학도들을 만나 음악을 전하고 싶다”며 개런티를 받지 않고 학교에 찾아왔다. 시드니 심포니 단원 16명도 함께 학교를 찾아 악기 별로 학생들을 지도했다. 학생 오케스트라에게 차이콥스키 교향곡 5번을 가르치며 지휘한 아슈케나지는 “생각보다도 실력이 훨씬 좋았고, 특히 악장을 맡은 학생이 뛰어나다”고 말했다.

 15일 공연을 마친 베를린필은 16일 한 번 더 무대에 선다. 이날 또한 본 공연인 오후 8시보다 두 시간 앞서 최종 리허설을 청소년 200명에게 공개한다. 서울 세종로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다. 시드니 심포니는 16·17일 공연한다. 서울대 음대의 김영욱 학장은 “두 거장 지휘자가 공연에 앞서 가진 시간이 무대를 더욱 빛나게 한다. 무대에만 머무르지 않고 청중을 더 많이 만나는 행보가 앞으로 한국을 찾는 지휘자들의 전통이 됐으면 한다”는 바람을 내보였다.

김호정·한영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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