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상민의 부자 탐구 ⑨ 부자의 성공철학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07면

부자가 되는 책이 유행한 적이 있었다. ‘부자들이 들려주는 돈과 투자의 비법’이라는 부제를 가진 로버트 기요사키의 『부자아빠, 가난한 아빠』가 대표적이다. 이 책은 “열심히 공부해서 좋은 성적을 올리면 좋은 대학에 들어가고 안정된 직장을 구할 수 있단다”는 식의 가르침은 가난한 아빠의 낡은 삶의 방식이라는 주장으로 모두를 놀라게 했다.

‘돈에 대한 철학’ ‘돈을 다루는 방법’을 알려준다는 부자아빠의 가르침이 무엇인지는 확실하지 않지만, 학교 공부가 당신을 부자로 만드는 것은 아니라는 현실을 직시하게 해주었다.

 부자에 대한 공부, 아니 부자가 될 수 있는 공부가 가능하다는 것을 처음 알려준 사람은 잡지사 기자였던 나폴레옹 힐이다. 당시 세계 최고의 부자였던 ‘강철왕’ 앤드루 카네기를 인터뷰하다, 카네기가 자신의 ‘부(富)의 비밀’을 세상에 알리겠다는 이야기를 듣는다. 카네기는 그에게 자신의 인생에서 터득한 성공 노하우를 배우고 활용하기만 하면 누구라도, 이를테면 거리의 부랑아라도 성공할 수 있다는 자신의 믿음을 피력한다. 그리고 힐에게 자기처럼 성공한 사람들의 부의 비법을 세상에 알리는 메신저 역할을 해달라고 요청한다.

 그로부터 20년 뒤 힐은 카네기의 성공철학을 교육 프로그램으로 만들었다. 그 프로그램을 소개한 『생각하는 대로 이루어진다(Think & Grow Rich)』는 책은 전 세계적으로 수천만 권이 팔려나갔다. 물론 힐도 이 성공 프로그램을 강연하고 출판하면서 엄청난 부자가 됐다. 부자의 성공철학과 부자의 성공 비법을 스스로 증명한 것이다. 부자가 되는 공식이 있고, 누구나 그것을 알고 따르기만 하면 부자가 될 것이라는 믿음이 만들어지는 계기가 된다. 성공하고 부자가 된 사람들은 어느 정도 자신의 성공비법이 그렇다고 인정했다. 하지만 정작 누구나 이 비법이나 단계를 따른다고 성공하고 부자가 되지는 않는 게 사실이다. 무엇보다 이 비법을 믿고 따르는 것은 사람마다 달랐다.

 모든 부자가 되는 비법의 핵심은 ‘불가능이란 없다’다. 이 비법에는 다음과 같은 성공의 4단계 심리가 담겨 있다. 첫째, 확고한 목적의식과 불타는 강렬한 의욕이다. 둘째, 명확한 계획과 착실한 실행이다. 셋째, 주위의 부정적인 견해에 대한 완전 무시다. 넷째, 자신의 목표와 계획에 찬성하고 지원하는 사람(친구)의 확보다. 이런 심리단계들을 잘 거치기만 하면 성공하고 부자가 된다. 하지만 이것 또한 성공한 사람이 망하는 단계들이다. 왜 그런가?

 성공의 비법, 단계라는 것도 받아들이는 사람에 따라 다른 결과가 생겨나기 때문이다. 마치 같은 옹달샘의 물이라도 사슴이 먹으면 녹용이 되지만 독사가 먹으면 독이 만들어지는 것과 같다. 성공의 비법이 성공한 사람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성공할 수 있는 사람이 성공 비법을 활용하는 것이다.

 현재 당신은 어떤 사람인가? 당신은 위의 4단계를 거쳐갔는가? 위의 단계가 익숙하고 이미 다 거쳤다면 당신은 성공한 사람이다. 그리고 당신은 이런 성공을 이룬 이후 실패의 길로 갈 가능성이 더 크다. 부자가 되기를 막연히 원하는 사람들은 무엇보다 확고한 목적의식과 강렬한 의욕을 가지기 힘들다. 아니, 이것 자체가 부담스럽고 또 이것을 힘들어한다. 성공과 부자의 심리가 일반 법칙이라기보다 우리 각자의 문제가 되는 이유다.

황상민 연세대 심리학 교수 swhang@yonsei.ac.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