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조 늘어난 총선 예산 … FTA 비준 방아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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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안 처리가 장기화되면서 2012년 예산안 처리 문제도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새해 예산안엔 내년 4월 총선을 위한 각 당의 중점 공약사업은 물론 지역구 의원들의 총선용 민원이 반영돼 있기 때문이다. 여야가 보름째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회에서 FTA 비준안을 놓고 대치하면서도 16개 상임위 예산안 예비심사(정보위는 비공개)에서는 7조5948억원을 사이 좋게 증액시킨 건 총선을 의식한 탓이다.

 한나라당 핵심 당직자는 14일 “예산결산특위의 부처별 심사가 이번 주에 끝나고 다음 주 21일부터 예결위 계수조정소위를 가동해 증액·감액심사에 들어간다”며 “FTA 처리로 국회 대치가 계속된다면 각 상임위에서 증액한 ‘총선 예산’은 전혀 반영되지 못하는 사태가 빚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상임위 예비심사보고서에 따르면 가장 많이 예산을 늘린 곳은 국토해양위로, 정부안보다 3조 5321억원을 증액했다. 이 가운데 여야 지역구 의원들의 민원이 집중된 도로·항만·철도 사회간접자본(SOC)과 관련된 교통시설특별회계에서만 1조9464억원이 늘어났다. 보건복지위도 소득 하위 70%의 노인에게 주는 기초노령연금을 현행보다 2만원가량 인상하는 데 5875억원을 배정한 것을 포함해 경로당 난방비 및 쌀 지원(777억원), 영·유아 보육료(514억원) 등 ‘총선용 복지공약’ 예산을 반영하면서 1조2658억원을 증액했다.

 이 같은 ‘총선 예산안’ 처리 여부가 변수로 떠오르자 한나라당 원내지도부에서는 이날 “이번 주중 FTA 비준안이 외교통상통일위에서 통과되지 않을 경우 우린 ‘총선 예산안’과 FTA 비준안을 한꺼번에 처리하는 방법밖에 없다. 비준안을 반대하는 야당도 예산안은 통과되길 바랄 테니 우리가 동시에 처리할 경우 비준안 처리에 대한 저항은 시늉에 그칠 수도 있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정효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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