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KBL] 량신, 한빛은행 '대들보'

중앙일보

입력

요즘 여자프로농구 한빛은행 유수종 감독을 만나는 농구인들은 "량신을 며느리 삼아서라도 잡아놓아야 하지 않느냐" 고 말한다.

"그러고 싶지만 아들이 이제 대학교 1학년이라 나이가 안 맞아서…" 라며 너털웃음을 짓지만 중국인 선수 량신(25)이 탐나기는 유감독도 마찬가지다. 그만큼 량신의 기량이 뛰어나고 팀공헌도가 크다.

량신은 여름리그 13경기에 모두 출전, 경기당 32.5분을 뛰면서 평균 16.9득점.7.5리바운드를 기록하고 있다.

출전 시간은 박순양(경기당 36.5분)에 이어 팀내 두번째지만 득점.리바운드는 1위다.

량신의 가세로 경기당 65점대에 머무르던 한빛은행팀 득점은 75점대로 올라섰다. 이 정도 득점력이면 우승후보인 삼성생명.신세계.현대건설 등과 대등한 경기를 벌일 수 있다.

돋보이는 것은 기록뿐이 아니다. 량신은 삼성의 센터 정은순, 현대의 가드 전주원이 맡은 역할을 혼자 해내고 있다. 팀을 이끌고 수비의 중심을 이루며 득점을 마무리한다.

뛰어난 가드를 보유하지 못한 한빛은행이 끝까지 4강 플레이오프 티켓을 노릴 수 있는 것도 량신 때문에 가능하다. 량신의 볼 배급능력은 웬만한 가드보다 뛰어나다.

놀라운 것은 량신의 승부욕이다. 량신은 무남독녀로 성격이 내성적이며 집이 그리워 눈물도 자주 흘린다. 독서와 음악감상 외에는 별다른 취미도 없지만 코트에만 들어서면 눈에서 불꽃이 튄다. 동료들이 수비 실수로 실점하면 펄펄 뛰며 화를 낸다.

"수비" "뛰어" 등 경기에 필요한 한국어는 모두 익혔다.

한국땅을 밟으며 "중요한 것은 내 자존심" 이라고 밝혔던 그대로 량신은 최선을 다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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