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삐삐업체 M&A대상으로 각광

중앙일보

입력

미국 페이저(삐삐) 업체들이 부활의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미국 제2의 페이저 사업자인 메트로콜은 최근 제3위 업체인 아치 커뮤니케이션으로부터 페이징 네트워크 인수를 위한 3차 시도를 벌이고 있다. 이같은 인수경쟁은지난해 많은 고객 이탈과 파산 위기에 놓였던 페이저 업계에서는 이례적인 일. 물론 미국의 페이저 사업은 지난 90년대 중반부터 휴대폰 사업체들에 의해 변두리로 밀려난 실정이었다. 하지만 최근 무선 데이터 전송 수요의 폭발적 증가에 힘입어 전열을 정비하고 있음을 감안한다면 수긍이 가는 일이다.

최근 페이저 사업은 일방통행식의 숫자 메시지 전달에 국한되지 않는다. 페이저어베들은 쌍방향 네트워크를 구축해 텍스트와 전자우편 전송 능력에 있어서는 결코 휴대폰 업체들에 뒤지지 않는 역량을 구축한 상태이다.

페이저는 스크린이 커졌고 사용이 간편하다. 게다가 지하철이나 엘리베이터내에서도 잘 터지고 있어 적어도 전송 능력 측면에 있어서는 뛰어난 장점을 갖고 있다. 페이저의 커버 범위는 많은 PCS사업자들보다 3배에 이르고 전송능력은 20배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시 말해 신뢰도가 크다는 얘기다.

이에 따라 일부에서는 데이터 전송 수단이 다양해지는 만큼 페이저도 개선 여하에 따라 장기적으로는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물론 페이저가 결국은 휴대폰이나 기타 모바일 장치의 커져가는 위력에 다시 한번 굴복하리는 의견도 상존한다.

이에 대해 모건 스탠리 딘위터 증권사의 애널리스트인 콜렛 플레밍은 페이저가 적어도 활동할 수 있는 틈새시장은 있다고 말한다. 한 헤지펀드 매니저는 페이저가 제3세대 전송기술이 정착되기 전까지는 가교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또하나 페이저 업체의 활로는 인수.합병(M&A)에 있다. 페이저의 매력은 두터운 고객 기반에 있어 ISP(인터넷 서비스 프로바이더)나 통신사업자들이 인수할 가치가 있다는 것이다. 아치 커뮤니케이션과 페이지넷의 가입자는 1천500만명에 이른다.

이러한 논란에 관계없이 페이저 업체들은 지금 기회의 창문이 열려있다는 점만은 확실히 인식하고 있다. 비록 파산상태이지만 인수경쟁에 휘말린 페이저넷의 경우가 바로 수혜 가능성을 보여주는 한 사례임에 틀림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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