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산업연수생 제도 폐지되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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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4년 도입된 이후 지금까지 7년째 시행중인 외국인 산업연수생 제도가 막을 내릴 가능성이 커졌다.

당시 국내 3D 업종의 인력난을 해소할 목적으로 시작된 이 제도는 외국인 근로자를 근로자 아닌 연수생 신분으로 못박음으로써 노동법의 보호를 받지 못하게 만들었다.

이로 인해 저임금.임금체불.폭행.감시.신분증 압수 등 노동현장의 인권침해 사례가 끊이지 않았고, 지난 4월에는 아시아지역 외국노동자보호 관련 35개 단체가 한국 등 5개국을 노동자 보호협약 우선조약대상국으로 지정하고 외교통상부 장관에게 항의서한까지 보냈다.

국제여론이 악화되자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은 4월 29일 "외국인 근로자 차별대우는 인권국가를 지향하는 우리로서는 부끄럽고 개탄스러운 일" 이라며 정부와 여당에 대책마련을 지시하기에 이르렀다.

민주당에서 추진하는 대로 입법이 될 경우 우선 이들을 고용하는 중소업체는 일정 부분 임금상승 압박을 받게 된다.

학계와 노동부 등은 민주당 기획단의 현황조사에서 "능력에 따라 사업주와 개별적으로 임금을 정하게 되기 때문에 인상요인은 별로 없을 것" 이라고 밝히고 있지만 중소기업협동조합측은 "임금은 차치하고라도 상여금.퇴직금.연월차 수당 등 각종 부담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 고 우려하고 있다.

중기협 외국인력협력단의 장경익 총괄부장은 "국내 근로자와 동등한 근로기준법.최저임금법 및 산업안전보건법.의료보험법 등의 보호를 받게 할 경우 외국인 근로자를 고용하는 이점이 별로 없을 것" 이라고 말했다.

의정부에서 중소 가구제조업을 하는 S사장은 "어차피 저임금과 근무환경에 불만을 품고 잠적해 다른 업체로 불법 취업하는 외국인들이 고용허가제가 도입된다고 없어지지는 않을 것" 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또 외국인 근로자 고용비용이 늘어나면 굳이 이들을 고용할 이유가 없어져 중소기업의 경쟁력이 약화될 것" 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법무부의 한 간부는 "노동3권을 외국인 근로자에게 보장해 노사갈등이 빚어질 경우 사회불안의 소지가 있고, 체류 외국인의 증가로 사회비용이 늘어날 것" 이라고 우려했다.

이에 대해 민주당 기획단 관계자는 "취업계약을 1년 단위로 갱신할 예정인데다 최장 3년을 넘지 않도록 입법화하면 문제될 게 없다" 는 입장이다.

이럴 경우 재취업을 희망하는 외국인 근로자가 파업 등 극단적 행동에 나설 가능성이 별로 없다는 주장이다.

또 중소기업의 부담이 늘어나는 부분에 대해서는 정부에서 일정 부분 보전해 주는 방안도 검토중이라는 것이다.

이 법안은 민주당이 의원입법으로 국회에 제출하더라도 한나라당과 합의해야 하는 등 절차가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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