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김기태, 침체 삼성 부활 선봉

중앙일보

입력

지난달 27일 김기태(삼성)가 삭발한 모습을 보고 누군가 "부처같다" 고 말했다. 이날 김기태는 삼성 경산훈련장에 머리를 박박 밀고 나타났다.

큰 귀와 얼굴 생김새가 부처를 떠올리게 했다. 더구나 김기태는 1969년 4월 초파일에 태어났다는 그럴싸한 '배경' 까지 지니고 있었다.

김은 그날, 훈련내내 입을 꾹 다물었다. 그리고 훈련을 마친 김기태는 주장으로서 선수들을 모아놓고 모임을 가졌다.

"모두 우리 책임이다." 김기태의 입에서 나온 첫마디였다. 이틀 전 경기에서 김용희 감독과 계형철 코치.이순철 코치가 심판판정에 항의하다 퇴장당하며 팀분위기가 곤두박질친 것은 선수들 잘못이 크다는 것이었다.

"시즌은 이제 반밖에 안지났다. 우리가 달라진 모습을 보여주는 수밖에 없다.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는 기분으로 해보자" 고 말을 끝낸 김기태는 '명예회복' 의 맨 앞에 섰다. 김주찬.박정환.이계성 등 후배들도 이튿날 삭발에 동참했다.

19타수 9안타 타율 0.474. 삭발 이후 6경기에 출전한 김기태의 성적이다. 김은 말로만 명예회복의 맨 앞에 선 것이 아니라 실력으로도 삼성 부활의 선봉에 섰다.

김은 지난 1일 현대와의 수원 더블헤더 2차전에서는 2 - 1로 불안한 리드를 지키던 7회말 승부에 쐐기를 박는 3점홈런을 때렸다.

"딱!" 하는 타구음과 함께 홈런임을 직감한 김은 두 주먹을 불끈 쥐며 베이스를 돌았고 삼성 더그아웃 안에서도 환호가 터져 나왔다.

김은 1일 현재 통산 1천9백95루타를 기록, 프로야구 통산 다섯번째로 2천루타 등정을 눈앞에 두고 있다. 그러나 김은 개인기록에는 욕심이 없다. 이미 삭발을 통해 '속세' 와는 인연을 끊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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